성과 늦게 나타나는 혁신성장론
소득 성장 J노믹스와 달라 우려
뉴노멀·4차 산업혁명 거센 파도
경제 컨트롤타워 중심 역할 잡길
지난달 1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했다. 저성장의 고착화, 양극화의 심화에서 저출산'고령화, 노동 시장 이중 구조, 가계부채까지, 많은 경제문제들이 구조적 위기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어려운 일을 맡게 됐다. 그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와 취임사에서 편린이 드러난 그의 경제철학은 '일자리 중심 선순환 경제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이를 '사람 중심 투자'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란 3개의 축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유도한다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다르다는 점이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이 현재의 경제 난제를 푸는 데 중요한 채널이기는 하지만 '혁신성장'이 오히려 우리 경제의 궁극적인 접근이라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문회장에서 야당 김광림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이 걱정할 정도이다.
김동연판 혁신성장론은 첫째,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개혁과 산업지원제도를 개편하고, 둘째, 금융'관광 등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높은 유망서비스산업과 핀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생산성 향상과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대응하는 신기술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마지막으로 혁신기업과 벤처정신에 의한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를 견인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게 한다는 대충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적인 측면이라면 혁신성장은 공급 측면으로 정리하고 병행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성장, 저물가, 저소득이 난마처럼 얽힌 뉴노멀 현상과 4차 산업혁명의 파도에 대응하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 기술혁신과 창업활성화의 물결로 혁신성장은 피할 수 없는 정책이다. 이 점에서 김 부총리의 주장은 옳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을 병행할 수밖에 없고, 재정에 의한 일자리 창출과 3년 내 1만원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등의 공약이행에 부담을 가진 김 부총리의 입장을 생각하면 우려가 없을 수 없다.
공공 부문 재정확대에 의한 소득주도 성장에 비해 혁신성장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최종 정책성과가 나타나는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기업경쟁력 강화 혹은 기술혁신에 의한 일자리 창출과 공무원 대량 채용을 속도 면에서 비교할 수 있는가?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민간 부문의 기여 역시 필수적으로 기대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기술혁신이라는 이중 부담을 가진 채 전체 고용의 87%를 감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기술혁신과 유망한 스타트업 창출 자체도 우리로선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UBS 발표 4차 산업혁명 준비도에서 겨우 25위를 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산업화시대의 '집중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공유와 공존의 '분산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기술혁신의 민주화이다. 창의와 혁신은 자율과 다양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 주문형 과학기술정책에 따라 연구자들이 주문에 따라 연구 메뉴를 바꾸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혁신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또한 하룻밤 자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기술과 제품이 나타나는 혁신의 속도와 다양성을 굼뜬 공룡 같은 소수 대기업만으로는 따라잡을 수도 없다. 범용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방식을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혁신주체가 더욱 다양화되고 이들 간 협력과 공존문화를 새로이 창출해야 한다. 창업의 양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생각하면 이 과제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난제임이 틀림없다. 문재인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창설하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하고 있지만 과학기술행정의 중앙집중적 관료주의를 극복하고 역량 있는 액셀러레이터 한 명 보기 힘든 지방의 기술창업 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되어 쏟아지는 해결과제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잘 헤쳐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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