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3회 매일시니어문학상] 大賞 당선소감…노순희

무더운 밤, 살아있음이 환희다

먼저 비운의 생애를 살다간 시동생(본명 우창하)의 명복을 빈다.

비 오는 날의 뒷골목처럼 후줄근한 이야기를 여과 없이 양지로 끌어올리는 작업은 어려운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내심 작정을 하고 시작했지만 글을 쓰는 내내 질펀한 황톳길에 남긴 발자국처럼 또렷한 통증의 기억들이 속속들이 되살아나곤 했다. 미약하게나마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객관적 시각이 다소 열렸다손 치더라도 행복이라는 통합된 감정보다는 만 갈래 고통의 깊이와 그 파장이 더욱 깊고도 오묘한 연유인지도 모른다. 기쁜 만큼 불편한 마음도 크다.

어려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큰 나무와 같은 남편의 건재와 '표현 미수'로 그친 무언의 격려 덕분이었다고 믿는다.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상대의 심중을 포용하고 육성으로 들리지 않는 내면의 언어를 읽는 능력도 애정의 기운일 것이다.

한 세월을 삭힌 고통의 자양분이 덤덤한 일상에 생기를 되찾아준 건 의미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근거로 빛을 보게 된 작품이 남편의 쓰라린 기억을 되살려 다시 한 번 아픔을 검증하는 계기가 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생동감을 위해 가다듬지 않고 사실 그대로 써내려간 솔직한 문장의 냉정함도 인정하며 양해를 구한다.

시간의 물살에도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조준한 대가로 오늘 밤 그이에게 시원한 맥주 한잔 권해야겠다. 무더운 유월의 밤. 살아있음이 환희다. 꾸준히 쓸 것이다.

심사위원님께 경례!

▶약력

2010년 계간 '푸른 솔 문학' 수필 신인상 수상

수필집 '그 뜰엔 멈추지 않는 사랑있네' (7인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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