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의 맨 앞부분이다. 그렇다. 울만은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간다고 노래했다. 이 시를 지었을 때, 그의 나이는 78세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청춘의 열정을 가진 시니어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이른바 '영 마인드 시니어'(young mind senior)다. 이들은 가족 부양과 근검절약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앞 세대와 다르다. 자신의 삶을 가꾸고,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은퇴 후에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다.
◇박윤규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
"끝없는 호기심이 젊은 생각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윤규(69)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년퇴직(2014년 2월) 후 오롯이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 퇴직 후 개원을 하거나, 병원에 취직을 하지도 않았다. 의사 면허, 혹은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이 필요할 때는 1년에 두 번, 무료 진료 봉사(한국전립선협회 주최)를 할 때뿐이다. 이마저도 15년 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그는 퇴직 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다. 지난달에는 알프스 일주 여행을 했다. 세계적인 휴양지 생모리츠, 돌로미테, 루체른호수, 융프라우를 둘러봤다. 마테호른산을 가까이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박 교수는 멋진 풍경을 그림에 담았다.
그는 화가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화첩을 독학했다. 군의관 시절, 서울대 미대 출신 최용건 화백에게 기본기를 익혔다. 교수 시절에도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회갑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회 주제는 '자화자락'(自畵自樂). 박 교수는 당시 지인들에게 고희가 되면 두 번째 전시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 4월 고희전을 가졌다. 그는 전시회 수익 전액(4천190만원)을 경북대에 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5년 주기로 3차례 더 전시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건강이 허락하면'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그 꿈은 이뤄질 것 같다. 박 교수는 스스로 '아마추어 화가'라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한다.
"제게 그림은 명예나 돈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즐기기 위한 수단입니다. 퇴직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의과대학 교수로서, 의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았으니, 이제는 그림을 통해 자유와 행복을 찾고 싶습니다."
그는 대구와 가까운 경주, 청도 등지로 스케치 여행을 자주 간다. 85세의 '아는 형님'이 동행한다. 박 교수는 "그분은 스케치를 하러 갈 때는 소풍 가는 기분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그 열정이 부럽다"고 했다.
◇최문교 경일여중 교사
지난달 27일 대구 중구 남산동에 있는 필라테스센터 '바디발란스'에서 만난 최문교(59'경일여중 교사) 씨. 그는 발목 인대를 다친 후 필라테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올해로 6년째다. 건강을 되찾으니, 활력이 생기고 마음도 젊어졌다고 자랑했다.
그가 열심히 운동하는 이유는 마음껏 여행을 하기 위해서다. 최 씨는 "이번 여름에는 남편, 아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이다. 여행 일정을 짜기 위해 밤샘을 하기도 했지만, 즐겁고 행복하다"며 "퇴직 후에도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조영애 바디발란스 원장은 "건강관리는 물론 예쁜 몸매를 가꾸기 위해 필라테스를 배우려는 중장년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대구신세계에는 50세 이상을 위한 아카데미 강좌가 15개에 이른다. ▷안티에이징 ▷벨리댄스 ▷요가 ▷발레 ▷생활영어 등이다. 이 백화점 이은주 매니저는 "노후 생활의 보람과 활력을 찾으려는 시니어를 겨냥한 맞춤형 강좌를 마련했다.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영 마인드 시니어는 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마케팅 대상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50대 이상의 스포츠상품 구매 객단가(18만원)가 30대 고객(17만원)보다 높았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50대 이상 출국자는 2016년 575만 명으로 5년 전(310만 명)보다 8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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