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자 매일신문에 경북대를 포함해 9개 지역거점국립대가 '연합 국립대' 체계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사회면 머리기사로 실렸다. 파장은 컸다. SNS, 인터넷, 매스컴을 통해 삽시간에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기자는 며칠 동안 출처와 근거를 묻거나 따지는 수십 통의 전화와 이메일을 받아야 했다. 경북대 또한 본의 아니게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이 체계는 지역거점국립대들이 가칭 '한국대학교'라고 명칭을 통일하고 신입생을 공동으로 선발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실행 계획이나 세부 내용이 나온 것도 없다. 이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대학들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시점이다. 대학마다 입장 차도 있어 단기간에 실현될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지방 국립대 육성'이라는 새 정부 정책과도 궤를 같이해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여전히 이 문제로 뜨겁다. 기대 섞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반발과 불만도 상당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방안이 나오게 된 배경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본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 체계는 9개 지방거점국립대를 전국적 명문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다시 말해 지방의 우수한 학생이 굳이 서울 4년제대를 가지 않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국립대를 다니게 하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른다.
많은 교육 전문가는 지방 국립대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시간문제일 뿐 이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거점국립대들은 절박하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경북대만 하더라도 과거 서울 상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위상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역 우수 학생의 '수도권 러시'가 큰 원인이다.
지난해 아들을 서울 중위권 대학 전자공학과에 보냈다는 교직원 A(51) 씨 이야기만 듣더라도 지역 고등학생들의 '인(in) 서울' 열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원래 부모와 떨어지거나 연고지를 떠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러나 대학만큼은 서울 쪽을 원했다고 한다. A씨는 "담임조차도 성적 상위권 학생에게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라고 권유를 많이 한다. 주위에서도 성적이 좀 좋다 싶으면 모두 수도권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로서는 경제적 부담 탓에 내심 경북대 진학을 원했지만 아들이 원하는 데다 전반적 사회적 인식도 그런 분위기라 서울 진학을 밀어줬다"고 했다.
A씨 경우처럼 대학 또한 '서울 대(對) 지방'이라는 프레임이 고착돼 있다. 과거에도 이런 편견은 있었지만 문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는 점이다. 예비 취업생들은 대학이 서울이냐, 지방이냐에 따라 사회에 첫 진출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지방대'라는 멍에를 평생 쓰고 살아야 한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지방을 대표하는 국립대끼리 뭉쳐 서울의 웬만한 상위권 대학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 '거점국립대 연합' 체계가 지향하는 목표다. 결국 지방 국립대를 다니며 능력에 따라 떳떳하게 기회를 얻고 대우받을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자는 것이다.
'거점국립대 연합' 체계는 갈 길이 멀다. 지방 중소 국'공립대의 반발과 일부 국립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대학생들의 반대 움직임, 대학마다 다른 이해관계 등 갖가지 난관이 많다. 자칫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입시 지옥과 비대해진 사교육, 지방 차별, 학연 및 지연 등 속칭 '한국병'으로 불리는 고질적 교육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그렇다면 관심과 기대를 한 번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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