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CBM 쏘아 대는 북에 대화 구걸한다고 평화가 올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대화와 압박 중 대화에 더 무게를 싣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실효성을 의심받게 됐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대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현실 인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적으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나, 결국은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만찬 회담과 동포 간담회에서도 똑같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여기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목표일 뿐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공허하다.

북한의 ICBM 발사로 북핵 문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다. 미국 본토가 핵 공격 위협에 노출된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로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 준비까지 마쳤다고 한다. 미국은 이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가 가진 여러 능력 가운데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면서 "이것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때가 왔을 때 우리는 미국을 말릴 수 있을까?

결국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성취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제재와 압박이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대화가 시도됐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 또다시 그런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

대화의 문은 열어놓아야 한다. 그러나 대화는 조건과 때가 맞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ICBM까지 날려보낸 지금은 '대화'를 구걸할 때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화 제의가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한 더욱 강도 높은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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