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을 허물고 아파트나 고층 빌딩을 세워 올리는 도시개발 방식이 전환기를 맞았다. 재생이 도시계획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은 그 지역의 역사성, 사회경제적 요소, 거주자의 생활 패턴 등 고려할 요소가 늘어났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재인정부가 예산 50조원을 들여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전국 자치단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시도 발 빠르게 '대구형 도시재생사업'에 착수했다. 외연 확장에만 치중하는 도시개발 정책 대신 사람과 돈이 돌아오는, 사람 향기가 묻어나는 도시로 가꾸겠다는 발상이다.
매일신문은 창간 71주년을 맞아 도시재생이 왜 필요하고, 어떤 방법으로 추진해야 하며, 국내외 우수 사례는 어떤지 등을 전문가 진단을 통해 살펴본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최근 전국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도시 쇠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도시재생사업이다. 인구의 도시 외곽 이동에 따라 구도심 빈집이 증가하고 도심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도시의 경제적 활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또 신도시 개발과 대규모 택지 개발 등 고도 성장기 도시정책이 한계에 부닥친 것도 도시정책 패러다임 변화의 이유다. 실제로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 역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3만달러, 도시화율 80%대 진입 시기에 도시정책을 도시재생 위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도 그 시기에 돌입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왜 도시재생인가?
오래되고 낡은 시가지를 헐고 기존 도시 원형을 보존하는 가운데 불편 요소를 개선해 활력을 불어넣자는 게 도시재생이다. 전국적으로 도시 쇠퇴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도시 3분의 2가 인구 감소, 산업 침체 등 쇠퇴를 겪고 있다. 국내 3천470개 읍'면'동 중 2천239곳(64.5%)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대구도 139개 읍'면'동 가운데 106곳(전체 76.2%)에 도시재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사업성에 의존해 추진했던 재개발이 대부분 지역에서 실패를 곱씹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근본적인 도시 쇠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대구경북연구원 도시지역연구실 신우화 박사는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외곽 개발에서 시가지 도시재생 위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범정부적 차원의 도시재생 지원체계를 구축해 대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 과제로 제시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역시 세계적 트렌드에 따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도시재생은 쇠퇴 도심에 민간의 새로운 창조적 수요를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기능이 쇠퇴한 이전 유휴부지, 폐항만, 철도역세권, 노후산단 등에 경쟁력 있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도시 경쟁력 강화로 잇는다는 의미다.
대구시 관계자는 "외국 사례를 보면 도심 빈집에서 수익을 내고, 주민협의체가 관광객을 모으며, 기능을 상실한 철도역세권이나 공항에서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데 도시재생을 활용하고 있다"며 "결국 도시재생을 통해 쇠락한 도시에 사람과 돈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형 도시재생사업은?
대구시가 최근 밝힌 '대구형 도시재생사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중구 교동시장~달성토성 일대를 대상으로 한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테마형 도시재생사업',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 등을 중심으로 한 '더불어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 노후 아파트'주거환경개선지구'빈집'노후 주택 등이 대상인 '공기업 참여 도시재생사업' 등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중구 일대를 '테마형 도시재생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동서로는 교동시장~서부시장, 남북으로는 계산오거리~침산네거리 일대(4.8㎢)에 2022년까지 총사업비 2천억원(국비 1천400억원, 시'구비 600억원)을 투입한다. 역사와 문화 등 지역 자산을 복원해 사람 향기가 나는 지역으로 되살리는 게 목표다.
'더불어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은 사람이 되돌아올 수 있는 주거 기반을 갖추는 게 요지다. 2020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마을 공영주차장, 쌈지공원, 소방도로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소규모 도서관, 어린이집, 마을관리소, 커뮤니티센터도 마련한다. 노후 주택이나 빈집을 정비하고 청년'노인'1인 가구'여성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공급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친환경마을'스마트도시마을을 가꿔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사업 목표"라고 말했다.
'공기업 참여 도시재생사업'은 노후 아파트, 주거환경개선지구 등 열악한 주거지가 대상이다. 대구도시공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할 전망이다. 2021년까지 550억원을 들여 공공임대주택, 국'공립 어린이집, 실버케어센터 등을 조성해 도심을 정비한다. 시는 동인시영아파트를 시범사업 대상으로 해 공공참여형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시는 이르면 이달 안으로 ▷대구시와 대구도시공사, 대구경북연구원이 참여하는 '도시재생기획단' ▷시내 8개 구'군 단위 '도시재생추진단' ▷시와 8개 구'군을 연계할 '도시재생추진협의회' 등 3원 체제를 구성할 방침이다. 도시재생기획단이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출 대구형 도시재생의 밑그림을 그리면 이를 사업 주체인 8개 구'군의 도시재생추진단이 실무를 담당하고, 도시재생추진협의회가 시와 구'군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역할 분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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