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알고 마시면 더 향기롭다고?"
중국 운남성의 차(茶) 역사는 남북조(439~589)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헌에는 차나무 보급, 생산 관련 기록만 간단히 전해지고 현대적 개념의 보이차 제다법(製茶法)은 명대(明代)에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 보이차가 보급된 것은 1990년 전후.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들어와서다. 벌써 30년 가까이 보이차가 차인들의 입맛을 유혹해온 셈인데 국내엔 아직 보이차의 정체에 대해 언급한 책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골동 보이차의 이해'는 보이차의 실체에 가깝게 접근한 책이다. 충분한 사진과 설명, 기록을 곁들여 전문가들은 물론 초보자들도 쉽게 보이차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골동 보이차 탄생과 역사=골동(古董) 보이차란 청대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만들어진 차를 말한다. 운남의 이무(易武)지역에 있던 상점들이 만든 차를 골동 보이차, 호자급(號字級) 보이차라 부른다.
보이차의 탄생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학설이 전한다. 첫째는 '과잉생산설'. 수요 예측을 잘못한 유통사가 재고를 수십 년간 방치했는데 그게 숙성 보이차가 됐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저급품설'로 당시 값이 쌌던 하급품 차를 차루(茶樓)에서 대량으로 매입해 보관하다 (재고들이) 발효차로 변화해 갔다는 것이다. 어떤 설이든 결론은 비슷하다. 애초에 상인들이 발효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흘러 숙성되었고 그 결과 전혀 다른 향과 맛을 가진 차가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골동 보이차 종류와 특징=보이차는 1950년대 이전에 생산된 호급(號級)의 보이차와 1950, 60년대에 생산된 인급(印級) 보이차로 나눈다. 굳이 품질을 따지자면 숙성도가 높은 호급이 단연 우위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 남아 있는 수량 자체가 별로 없어 그 구별이 무의미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1970년대에 생산된 보이차는 황인(黃印), 수남인(水藍印), 광운공병(光雲貢餠) 등이 있고, 1980년대에 생산된 보이차엔 대엽청병(大葉靑餠), 홍인철병(紅印鐵餠) 등이 있다.
1954년 중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개인 차창(茶廠'차공장)은 모두 없어지고 국영 차창이 들어선다. 정부는 각지에 차창을 설치하고 양산 체제로 들어갔다. 이때 생긴 곳이 4대 차창이다. 생산지별로 특성도 뚜렷했다. 곤명(昆明) 차창은 타차(찻잔 모양)에 주력했고, 맹해(孟海) 차창에서는 병차(빈대떡 모양)와 타차를, 하관(下關) 차창에선 타차와 병차를 주로 생산했다.
◆베일에 싸인 차 의문 해결서=현재 유통되는 보이차는 홍콩 창고에서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1990년 무렵 홍콩에서 풀려나온 보이차는 독특한 맛과 약리적 효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각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수량과 정보의 제약 때문에 초창기엔 소수 마니아에게만 음용 되었다. 이 때문에 보이차의 실체 즉, 생산연도, 제다법, 보관법, 품질, 효능 등이 규명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최근 들어 과거 우리나라에 수입됐던 골동 보이차가 다시 홍콩, 대만, 중국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그 품질과 희소성 덕에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한다.
저자 김경우 씨는 대구 출신으로 초창기 보이차 수입, 유통부터 최근 홍콩 차상(茶商)들이 골동 보이차를 구하기 위해 드나드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다. 차의 역사, 유통부터 감평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는 보이차, 이 책을 펴든다면 웬만한 의문은 풀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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