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책가도'(冊架圖) 임수식, 카모마일북스, 2016

명사(名士)의 서재를 훔쳐보다

조세현 책가도. 카모마일북스 제공
조세현 책가도. 카모마일북스 제공

"똑똑똑, 실례합니다. 선생님 서재를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

임수식은 바느질하는 사진작가이다. 개인전에 자신의 책장을 옮겨놓고 싶다는 생각에서 사진으로 만드는 책가도를 완성하였다. 조선 후기 회화 양식인 책가도를 사진으로 재해석하여 개인전 12회와 단체전 50여 회를 가졌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마쳤으며 제1회 수림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문학, 예술, 인문, 공간 등 4부로 되어 있으며 해당 분야의 명사 43명과 공간 14곳의 서재를 찍어 완성한 책가도와 설명으로 되어 있다. 책가도를 아는 이라면 '오 이렇게도 책가도가 만들어질 수 있네'라고 할 것이고 책가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라면 당장 책가도가 무엇인지부터 찾게 될 것이다.

책가도는 조선 후기 정조 때 궁중에서 유행하던 회화 양식이다. 책가도, 책거리로 불리고 있지만 책장의 형태로 있는 것을 책가도, 책장의 형태가 아닌 것을 책거리로 구분한다. 당시에는 서책이 귀하여 그림으로 책장을 대신하여 벽에 걸었던 것이다.

책가도 작업은 여러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누구의 서재를 촬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고, 그렇게 촬영한 여러 장의 사진을 한지에 조각보 형태로 출력해서 한 땀 한 땀 손수 바느질해서 완성했다. 40여 일을 꼬박 바느질한 작품도 있다.

"책가도 작업을 하면서 기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처음에는 예술작품으로서의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기록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사진으로 작업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계획했던 1천 개의 책가도가 완성될 때 고민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책가도가 완성되기까지 작가의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눈에 보이는 듯하였다.

책을 좋아하고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서재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 작가는 어떤 책을 읽을까? 작가니까 책이 정말 많겠지?' 하는 생각들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문학 편 첫 장을 넘기는데 반가운 책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외수 작가의 책장이었다. 몇 년 전 화천에 있는 이외수 문학관에 들렀을 때 마주했던 그 책장이었다.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을 작가도 느꼈던 것 같다. 책장을 보면 책장 주인의 삶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내 책장에서도 내 삶이 보일까?

기라성 같은 작가들과 예술가, 학자, 그리고 책이 있는 공간을 찾아 촬영하면서 가졌을 행복감이 얼마나 컸을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작가에 대한 부러움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또 실제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진작품이지만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작가의 책가도는 해외 컬렉터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책장의 칸들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여 조합하는 역원근법이라는 방법을 썼으며, 이 작업을 통해 해외 관람객들의 한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가 보면 사진에 대한 새로움이 보일 것이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이가 본다면 수많은 작가들의 서재를 한눈에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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