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지방분권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서울에 자본과 사람, 정보가 몰려서는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일 수밖에 없다. 이는 퇴행적이고 후진적이다. 이런 나라에서 지방의 공동화, 고령화, 종속화는 필연이다. 서울과 지방은 이분법적으로 존재한다.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진다. 지금 법 체제 아래 서울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지방분권개헌 요구가 드센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지방분권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희망이다. 문 대통령은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양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동반 성장하는 지방분권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자치 입법, 행정, 재정, 복지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고 민생치안도 지방으로 넘기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하지만 진정한 지방분권을 이루려면 재정 자립을 전제해야 한다. 재정 자립 없는 지방분권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에서 배웠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같은 일류 국가들의 지방세수 비중이 40%에 이르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스웨덴 같은 초일류 국가는 그 비중이 50%를 넘는다. OECD 국가 평균도 35%에 달한다. 이들 일류 국가들은 재정 자립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지방분권을 통해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다. 지자체들이 제각각의 행정, 교육, 치안 정책으로 경쟁을 펼친 결과가 일류 국가였다. 지방분권이 잘된 국가일수록 잘사는 국가이고 국민이 만족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 실시 20년이 넘었지만 재정 자립과 거리가 멀어지며 자치제가 유명무실해졌다. 지방세수 비중은 20%에서 꼼짝도 않고 있다. 오히려 지방 재정자립도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2002년 평균 62%던 지방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53%까지 떨어졌다. 과감한 세원 이양을 통해 지방과 서울이 동반성장하지 않고서는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는 일류 국가로의 도약은 꿈일 따름이다.
지금은 지방분권개헌의 골든타임이다. 새 헌법엔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력을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중앙이 틀어쥐고 지방에 선심 쓰듯 나눠주는 재정 문제에 대한 개선안도 나와야 한다. 지방분권이야말로 소득 2만달러대에서 정체된 대한민국의 새 성장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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