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생들의 시각 Campus Now!] 달팽이관이라 다행이다

우리는 흔히 위로의 말로 "야, 그 사람 말 신경 쓰지 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라고 말하곤 한다. 들었던 나쁜 말을 오래 생각하지 말고 다른 귀로 흘려보내 상처를 최소화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이는 위로의 말을 하기에 앞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행동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힘들다'라는 내용의 글을 채팅창에 쳤을 때 말하는 이는 그냥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서 단순히 푸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위로를 얻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분명히 누군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행동의 이유는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 더 가까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위로'는 생각한 만큼 그렇게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요즘 나 너무 바빠서 힘들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들며, 이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대부분 사람은 "많이 힘들지, 무슨 일이야?"라는 말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며, 가장 이상적인 모범 답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관찰한 결과, 주로 나오는 내용은 "나도 힘들어" 혹은 "내가 더 바빠", "야, 너 정도는 별로 힘든 상황이 아니야. 나는 어떠냐면…" 등이다. '너'로 시작되어야 할 답의 주어가 '나'로 바뀌는 것이다.

아마도 '힘들다'는 말 자체를 꾹 참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이것이 어리광이나 투정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타인의 어려움을 내 감정적인 부분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방어적 자세에서 나오는 행동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것은 공감능력이나 소통능력이 크게 결여돼 나오는 행동이라기보다도 바쁜 삶 속에 상대방의 아픔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삶 속에서 짧은 대화에서나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들어주는 사람은 적다.

옛말 중에 사람의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것은 한 번 말하고 두 번 들으라는 이유에서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도 물론 힘든 상황이지만 타인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고 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연습부터 해봤으면 한다. 인간의 청각기관 안 '듣기'를 담당하는 달팽이관이 직선이 아니라 돌돌 말린 달팽이 모양을 한 것은 타인의 말이 귀에 들어와서 천천히 돌아 나가게 하기 위해서 아닐까하고 짐짓 생각해본다. 달팽이관이 달팽이 모양이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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