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과학은 과학으로 다루어야

지난주 한 언론계 선배가 SNS상에 이런 사연을 올렸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민주당 고정 지지층들로부터 걱정 어린 메일과 카톡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취임 두 달째지만 전에는 없던 일이라는 거다. 소통하고, 자신을 낮추고, 격식 없고…. 입을 댈 곳이 별로 없던 대통령이었는데 요즘은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걱정거리는 한미 관계도, 한중 관계도, 사드 문제도, 대북 문제도 아니라고 했다. 4대강과 탈원전 정책이었다. 과학은 과학으로 다루어야지, 정치로 다루면 안 된다는 걱정의 소리였다고 전했다.

4대강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4년 만에 4대강을 다 파 엎어놓을 정도의 혁명적인 생태 환경 변화이니 환경론자들의 공격 표적이 된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16개나 지어놓은 4대강의 보(낙동강이 8개로 제일 많다)를 다 철거하자는 이야기까지 나가는 건 '오버'다.

보를 철거하면 '녹조 라떼'도 없어지고 자연친화적인 하천으로 재탄생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천과 지류의 축산 폐수와 공장 폐수 등 주요 오염원을 제거하거나 정화하는 게 정답이라는 이들도 많다는데 이건 여론이 아닌가. 또 해마다 닥치는 물난리는 어떻게 해결하나. 건기에 썩은 바닥을 드러내는 하천의 민얼굴이 친환경인가. 골치 아픈 문제의 원인을 모두 4대강 사업에다 미루고 있는 건 아닌가. 보를 없애면 문제는 다 해결되는가. 아닐 거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다.

탈석탄발전, 탈원전 문제도 그렇다. 안전도 하고, 생산원가도 싸고, 환경오염도 덜 되는 그런 '착한' 에너지원은 아직 지구상에 없다. 위험하든가, 돈이 많이 들든가, 공급이 불안정하든가, 싼 맛은 당기지만 환경오염 우려가 있든가, 아니면 민원이 많다든가. 다 약점이 있다. 그런데도 이것저것 재보지도 않고 다 '스톱'이란다.

다 좋다. 탈석탄발전도 좋고, 탈원전도 좋다. 더욱이 대선 공약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020년까지 30년을 넘기는 원전은 고리 1~4호기, 월성 1호기, 한빛(영광) 1'2호기, 한울(울진) 1'2호기 등 무려 9기에 달한다. 정부의 방침대로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다면 스톱이 확실하다. 이들의 발전 용량을 다 합하면 무려 760만㎾를 넘는다. 최신공법(1기당 150만㎾)으로라도 5기 이상의 원전 발전 용량이다. 공정 30% 가까이 진행된 고리 5, 6호기는 스톱이 됐고 7, 8호기까지. 거기에 신한울 3, 4호기나 신고리 7, 8호기까지. 모두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 영덕의 천지원전 역시 삽질을 시작한 건 아니니 같은 운명을 맞을 거다.

계획됐던 이 많은 원전의 발전 용량은 뭘로 대체를 할 것인가. 답이 영 시원치 않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상당량을 대체하겠다고 한다. LNG 발전은 가격도 싸고 안전하고 원료 수급이 안정적이며 친환경적인가? 그렇지 않다. 신재생에너지가 답인가? 아니다. 더 불확실하다. 안정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매년 전력 수요 증가는 폭발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하나의 전력 사용량이 중소도시와 맞먹는다지 않은가.

다수 국민들에게 탈석탄발전, 탈원전은 내 문제가 아니다. 강 건너 불이다. 이럴 땐 객관적일 수 있고 의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친환경 신재생을 내걸겠지만 막상 전기요금이 30%, 40% 오른다고 한다면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된다. 그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주머니의 돈이 더 나가는데 과연 탈원전, 탈석탄발전이라고 손을 들어줄까?

또 걸핏하면 블랙아웃 걱정을 해야 한다면 정답이 될 수 없다. 히터와 에어컨 스위치 위에서 손을 벌벌 떠는 상상은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 무리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이런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적폐 세력의 '저의'가 내포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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