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기업 떠난 공장 터 난개발로 엉망…구미 국가1산단 LG전자 터

업체서 소필지 분할 매각, 오수관로·진입로 조차 마비

"이게 무슨 기업하기 좋은 도시입니까."

대기업이 떠난 구미공단 빈자리에 마구잡이식 소필지 분할매각이 이뤄지면서 길, 오수관로, 가로등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 환경이 만들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구미 1국가산업단지 내 LG전자 전신인 금성사 흑백TV 모태 공장 터. 이곳은 LG의 손을 떠나 메르디안솔라앤디스플레이(MSD)에 팔렸고, 23만여㎡ 부지는 2014년부터 3천300㎡ 정도 소필지로 분할매각됐다. 현재 공장 임차 업체를 비롯해 중소기업 60여 곳이 입주해 새로운 단지 하나를 형성했다.

이곳은 겉만 멀쩡할 뿐 속은 엉망진창이다. 공단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진입도로나 오'폐수 처리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기반시설을 설치할 책임이 있는 분할매각 업체나 감독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구미시도 거의 손을 놓고 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 기업에 돌아가고 있다.

입주 기업 관계자들은 "구미공단 이름을 믿고 대기업 터에 들어왔는데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부동산 투기 형태의 난개발로 분할매각돼 입주 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차례 시정을 요구해도 감독기관은 뒷짐만 지고 있다. 구미가 정말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도시 맞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할매각 당시 도로'오수관로 등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난개발로 땅을 판 탓에 입주 기업 사유지가 도로로 쓰인다. 이곳 입주 업체 한 관계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도로도 아니고 사유지를 도로로 쓰는데, 만약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 입주 업체끼리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라고 했다. 도로가 없다 보니 가로등'보안등도 없다. 밤만 되면 이곳은 암흑천지로 바뀌어 범죄 발생 위험도 큰 실정이다.

게다가 입주 업체들은 오'폐수도 자체 처리하고 있다. 현재 발생하는 오수는 단지 내 대형 오수정화조 3곳에 모인다. 이후 펌핑 시설을 통해 가까운 큰 도로변 오수관로로 보내져 처리된다. 입주 업체 관계자는 "오수정화조 중 한 군데 펌핑 시설이 가동비 등의 문제로 1년 전 가동이 중단됐고, 정화조가 가득 차 오수가 어딘가로 넘쳐 흐르고 있다"며 "이를 감독해야 할 한국산업단지공단도, 구미시도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입주 기업들은 지난해 '대교단지 입주협의회'를 구성했지만, 현재 18곳 정도만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입주협의회 한 관계자는 "한국산업단지공단'구미시에 답답함을 호소해도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단지 내 도로를 개설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산업용지 분할매각자가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 됐다. 현재 분할매각 업체는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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