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전공의(레지던트)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극한직업군 중 하나로 꼽힌다. 전공의들은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업무 스트레스, 열악한 처우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대국민 의료 서비스를 향상하겠다며 정부는 속칭 '전공의특별법'(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 등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12월 공포했다. 그러나 입법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의료 현장에서는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효된 전공의특별법은 전공의의 주당 최대 수련 시간을 88시간으로 제한하고, 당직 일수도 주당 3일을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다만 수련시간 제한의 경우 병원들이 인력 충당 등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올 연말까지 유예했다.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전공의들의 출퇴근이 가능해지고 주당 근무시간도 크게 줄어들었으며 초과 근무시간 수당도 지급되는 등 일부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도권 대학병원 이야기일 뿐 지방 소재 대학병원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상당수 지방 소재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추가 채용과 업무 분장 개편 등 대비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대한병원협회에 제출하는 전공의의 당직 근무표와 실제 근무표를 따로 작성케 하거나, 법정 초과 근무는 아예 전산 입력을 차단하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다고 하니 '법 따로 현실 따로'다.
이 같은 사태는 전공의특별법 시행 전 이미 예견된 일이다. 바뀐 규정에 병원들이 적응할 수 있게끔 법적'제도적'재정적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법이 발효됐기 때문이다. 물론 수련이라는 미명 아래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에 안주해 온 대학병원의 안일한 자세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전공의가 혹사당하면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오진율이 높아지는 등 환자와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전공의특별법의 취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 법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꼼꼼한 후속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병원들도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체질 개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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