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각 省마다 말 많이 달라도 당연시
한국처럼 적어도 표준어 강요 안해
수많은 젊은이 서울서 사투리 교정
국가 균형 발전'지방분권 다시 생각
"어머 사투리가 많이 남아 있네요?" 한국에서만 이런 엉뚱한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사투리는 시골 사람이 쓰는 말이라는 뜻이다. 적어도 엉뚱한 한국에서는.
한국에는 나름대로 '표준어'의 조건들이 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내용 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억날 것이다. 물론 그것도 일본으로부터 베꼈다고 어릴 적에 들었다.
어쨌든 한국의 표준어 기준으로 보면 영어의 표준어는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쓰는 말이며 그 이외는 전부 사투리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게도 이런 주장은 통하기 어렵다. 특히 평등과 공정성이 목숨인 이들에게는 말이다. 그 대신 필요 시 남부 악센트, 서부 악센트, 시카고 악센트 등으로 언어의 차이를 간혹 표현하기도 하지만 상대의 말이 이상하다는 식으로 차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표준영어란 한국 사람들이나 영어출판사가 지어낸 얘기다.
인간은 태어날 때의 모습이 다르듯 사용하는 말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한국처럼 '네가 쓰는 말은 사투리니 표준어로 고쳐라'고 강요하는 사회는 꼴랑 서울에서 태어난 권력의 횡포이다.
중국을 예로 들면 각 성마다 말이 많이 다르다. 서로 거의 안 통한다. 북경어와 광동어는 한국어와 일본어 정도의 차이다. 그래서 북경어가 국어(國語)이다. 표준어라는 말이 아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언어라는 뜻이다. 북경어와 전혀 통하지 않는 상해어는 상해사람들이 즐겨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끼리는 북경어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국식 사고라면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중국은 각 성에서 자신들의 언어로 전국에 위성방송을 한다. 그리고 다른 지역사람들은 자막을 보고 이해한다. 서로 말이 다르니 당연하게 생각한다. 마치 제주도에서 제주어와 자막으로 전국방송을 하는 셈이다. 이 말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안타깝게도 당신은 이미 세뇌되었다.
그런데 표준어의 원흉인 일본도 약 10여 년 전에 갑자기 사전이 네 배로 두꺼워졌다. 전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단어를 표준어로 포함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내 말이 표준어고 너의 말은 사투리니 버리고 내 말을 배워라'가 아니라 공평하게 서로 배우라는 얘기다. 이제야 조금 세상에 눈을 떴다.
오래전 장학퀴즈가 생각난다. 고구마가 정답인데 고매라고 답한 친구를 틀렸다고 하고, 눈치를 채고 고구마라고 가로챈 친구가 점수를 가져갔다는 슬픈 기억이다.
언어가 통일되면 당연히 편리하고 소통에서 오해도 줄고 너무 좋다. 하지만 강요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유사해진다. 옛날에는 산 하나 넘어도 말이 안 통했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처럼 내 말이 표준어니 너희 말을 다 고쳐 쓰라고 하는 행위는 아직 많이 지혜롭지 못한 사회가 만들어낸 횡포라는 것이다.
이솝으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아이소포스(BC 620~560)가 지은 우화 '도시 쥐와 시골 쥐'(The Town Mouse and the Country Mouse)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 중의 하나라는데, 한국에서는 최초에 누군가 '서울 쥐와 시골 쥐'로 번역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기성세대 대부분은 서울 쥐로 알고 있고, 지금의 어린이들은 아직도 도시 쥐 혹은 서울 쥐로 각각 배우고 있다. 출판되는 책의 제목 행태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오늘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서울의 사투리 교정학원이라는 곳 등에서 죄 없는 고향 말을 지우고 있다. 쥐 이야기는 단순한 쥐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의 균형 발전과 지방(서울 지방 포함)분권의 기본적인 사상이다. 그리고 틀림이 아니고 다른 것은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인간 윤리의 기본이다. 모든 국민은 시민권을 갖고 있다. 그 시민권(citizenship)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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