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벽 갈라진 낡은 청사 놔두고 5억원 쏟아부어 사무환경 개선

포항남부署, 예산 낭비 논란…호송차고지 건물 증축에 중점

경찰청이 포항남부경찰서 1층에 '수사과 사무환경 개선사업'을 하며 5억원을 쏟아붓자, 직원들이 '쓸데없는 짓'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3일 포항남부서 등에 따르면 이 사업은 최근 경북경찰청이 경찰청 예산 5억100만원을 받아 추진된다. 남부서는 이 사업을 통해 4층 건물 1층 수사부서에 ▷통합당직실 ▷호송차고지 ▷사무'조사공간 분리 ▷가해자'피해자 동선 분리 ▷체포 피의자 대기공간(화장실 포함) 등을 설치한다.

중점 공사는 호송차고지를 위한 건물 증축으로, 1층 현관문 우측의 형사과 사무실을 좌측으로 옮기고 뒤편에 개폐식 차고지를 만든다. 차고지 설치 목적은 피의자 도주 방지와 인권 보호 등이다. 공사는 이달 중순을 시작으로 석 달간 진행하며, 전국 16개 경찰서가 이 사업에 지정돼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이 사업이 피의자 인권 보호와 편익, 수사 신뢰도 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 사업을 두고 다수 직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1993년 건축한 청사와 주차장의 경계 지점은 지반 침하로 일부 내려앉았고, 건물 노후화로 계단과 외벽이 갈라지는 등 건물 전체의 보수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공사는 1층 현관을 중심으로 절반씩 진행하기에, 다음 달 중순 1층 수사과 직원 70여 명이 4층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4층까지는 모두 계단으로 돼 있어 장애가 있는 시민은 민원을 제기하는 데도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또 공사가 끝날 때까지 형사'수사부서는 밀어내기 식으로 자리를 옮겨다녀야 해 업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사업보다 민원인과 직원의 휴게시설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 직원은 "남부서에 가장 필요한 시설은 민원인과 직원의 휴게시설이다. 5억원이면 남부서의 넓은 부지 안에 휴게건물을 짓고도 남을 돈"이라며 "이 돈을 낡은 건물에, 그것도 유치장도 없는 경찰서 1층에만 쏟아붓는다는 것은 예산 낭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부서 관계자는 "이 사업을 단적으로만 보는 직원은 불만을 나타내지만, 사업 중 가해자'피해자 동선 분리나 형사당직실에 화장실이 있는 피의자 대기공간, 영상녹화조사실, CCTV 설치 등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공사 기간에 민원인과 직원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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