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 유비무환으로 즐거운 여행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늘 즐거운 일이지만 건강이 좋지 않다면 계획을 세우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여행 중 건강상태가 나빠진다면 행복한 여행길이 '고행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여행 도중 원치 않는 질병을 만나지 않으려면 미리 적절한 약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오래전 해외 학회 중 구강 내 염증으로 볼이 붓고 밥을 먹지 못하는 등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출국 전에 약물치료로 증상이 많이 좋아져 아무런 상비약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여행 도중 증상이 심해져 항생제 없이는 염증과 통증을 줄이기 어려운 상태였다. 다행히 비슷한 증상에 시달리던 일행이 준비한 항생제를 먹고 난 뒤에야 나을 수 있었다.

요즘 해외여행을 앞두고 허리나 어깨, 그리고 무릎 통증을 줄이는 치료를 받으려는 노인 환자들이 진료실을 자주 찾는다. 주사치료도 하지만 통증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을 여행 중 꼭 가져가도록 권한다. 다른 상비약도 중요하다. 먼저 매일 복용하는 약물은 꼭 챙겨야 한다. 고혈압, 당뇨, 뇌졸중 약 등은 중단없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여행 기간 내 부족하지 않도록 미리 처방을 받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또 해외여행 중에는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많이 걷는 등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져 두통이나 관절통, 신경병증 통증 등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소염진통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전문의약품을 상비약으로 처방 받아서는 안 된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처방해야 하고, 환자도 무작정 처방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해외여행지에서는 갑자기 약을 구하거나 병원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여행 전 자신의 질병 상태를 의사와 반드시 상담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행할 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면 무리하게 여행을 가는 것보다는 미루거나 안전한 여행지로 바꾸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도공(悼公) 때 사마위강(司馬魏絳)은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십시오(居安思危).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思則有備), 대비태세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有備則無患)"라고 왕에게 고언했다. 여행은 늘 즐겁지만 낯선 환경에서 갑자기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그러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적어도 마음의 근심은 덜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더 즐거운 여행을 위한 '유비무환'이 필요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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