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신고 일반고 전환 '산 넘어 산이네'

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학교측 "반발 거세도 한다"

자율형사립고인 대구 경신고가 일반고 전환을 재추진(본지 11일 자 1면 보도)하고 있지만 학부모와의 협의 등에서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경신고는 12일 오후 학부모 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달 중 대구시교육청에 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신청이 접수되면 시교육청은 교육청 관계자와 법조인, 학부모 등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자율학교 등 지정 운영위원회'를 연다. 이어 위원회가 '동의' 결정을 내리면 교육부 심사를 거쳐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다. '부동의' 결정이 나면 일반고로 전환할 수 없다.

총회에서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일반고 전환 후 자사고 학생을 위한 구체적 교육 방안을 요구할 전망이다. 경신고 한 재학생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지금 1, 2학년 학생들은 일반고 학생보다 많은 등록금을 내면서도 신입생과 동일한 환경, 선생님과 공부를 하게 된다"며 "학교 측에서 자사고, 일반고 학생 간 수업이나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 확실히 차이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또 한 재학생 학부모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인데 학교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전교생이 동요하고 있다"며 "2년 전에도 학교가 스스로 혼란을 만들어 면학 분위기에 지장을 줬는데 또 논란을 만들어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경신고 측은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더라도 더는 자사고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김지훈 경신고 교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중학교에서 요청하는 자사고 입학설명회가 단 한 건도 없어 갈수록 정원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대거 미달 사태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 정부가 자사고 폐지까지 주장하니 전 교직원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시내 다른 자사고들은 경신고의 지정 취소 움직임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 운영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한 만큼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 전혀 없고, 새 정부 교육정책에 맞춘 입학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일반고 전환을 강요하는 일이 있다면 행정소송 등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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