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활기 띤 칠성시장 "평소보다 매상 올라 살맛 나"

개고기 골목 단골로 북적…식용 반대 집회에 시름, 복날엔 매상 30% 증가

살아있는 닭 유통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11일 대구 칠성시장 가금류 골목에서 접근금지 띠가 쳐진 판매대 주변을 방역 관계자가 소독하고 있다. AI 발생지인 대구는 다른지역 토종닭 반입이 허용되지 않지만 유통업자가 경북 김천에서 살아있는 닭을 들여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담당 공무원이 닭 판매를 금지시켰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살아있는 닭 유통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11일 대구 칠성시장 가금류 골목에서 접근금지 띠가 쳐진 판매대 주변을 방역 관계자가 소독하고 있다. AI 발생지인 대구는 다른지역 토종닭 반입이 허용되지 않지만 유통업자가 경북 김천에서 살아있는 닭을 들여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담당 공무원이 닭 판매를 금지시켰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초복(12일)을 하루 앞둔 11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의 한 보신탕집은 점심시간을 넘겨서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종업원들은 가게 앞에 진열된 고기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업주 임모(63) 씨는 "지금이 손님이 가장 많은 시기여서 점심때는 만원이고 매상도 30% 더 오른다"며 "요즘 보신탕을 안 먹는 사람도 많지만 복날 전후로 꼭 먹으러 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면서 보양식 전문가게가 모여 있는 칠성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개고기 관련 상가가 밀집한 골목에는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몰리고, 가금류 골목에는 닭고기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은 지난해부터 애견단체가 '개고기 식용 반대 집회'를 이어가면서 상인들의 시름이 깊었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김모(65) 씨는 "젊은 층에서 개고기를 거의 안 먹는 데다 식용 반대 시위가 잇따르면서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복날이 그나마 평상시보다 매상 20% 정도가 오르는 시기인 터라 모처럼 장사할 맛이 난다"고 했다.

복날 대표 음식인 삼계탕의 주재료인 육계를 파는 상인들도 복날이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육계 업소가 밀집한 골목 상인들은 냉장고에서 닭을 꺼내 부위별로 나눈 후 진열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한 상인은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매출이 준 탓에 호객을 하느라 목이 다 쉬었다"면서도 "이 골목 전체가 꽉 차던 옛날에 비교할 순 없지만 복날이 되면 찾는 손님이 평소보다 느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금류 골목 상인들은 이날 하루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정부가 11일부터 살아있는 닭의 유통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유통업자로부터 김천에서 가져온 토종닭을 구매했으나 이날 오후 타 지역 토종닭은 AI 발생지인 대구로 반입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식었다. 관할 구청 공무원은 가금류 골목에 '접근 금지' 표시까지 세웠다.

한 상인은 "7월 한 달을 장사해서 나머지 1년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어젯밤에 닭이 들어온다는 연락을 받고 설레어 잠을 못 잤는데 반나절 장사하고 이렇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규정상 아직은 다른 시'도에서 구입한 닭을 들여오면 안 된다"면서도 "AI 청정지역인 경북에서 들어온 닭이어서 큰 위험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지역 토종닭 판매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가능하다. 이미 들여온 닭은 시에서 수매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