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가 경쟁에 문 닫는 대구 패션업계

중년 소비자 대상 디자인만 치중, 매출 하락에 5년 새 10여곳 폐업

대구에서 약 40년간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해 온 J사는 최근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 '최대 90% 창고 개방전' 행사를 열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업체가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재고 처분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이다. 앞서 이 업체는 최근 수년 새 매출 하락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차례 '경영 위기설'도 돌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매출 하락, 대표자의 건강 악화 등 나쁜 소식이 줄을 잇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

대구 패션 브랜드가 심각한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깜' 등 10여 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권오수패션을 비롯한 많은 업체가 입점료 부담이 큰 백화점 매장을 철회한 채 본점 판매에 집중하고 있고, 2세에게 경영을 넘겼던 D패션은 창업자가 경영 회복을 목표로 일선에 복귀했다. 오랜 불경기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고급 디자인 패션의류의 인기 하락에 더해 가격경쟁력까지 부족해 지역 패션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2010년대 들어 글로벌 자체개발상품(SPA) 브랜드는 저가 경쟁,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브랜드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규모 봉제 발주를 주며 제품 단가를 낮춘다.

반면 대구 패션업체들은 지금껏 중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고가 디자인 의류에 치중했던 데다 의류 생산의 필수 공정인 봉제업계 종사자가 갈수록 감소하는 탓에 대량생산은커녕 가격경쟁력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대구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를 적용한 대규모 봉제 기반을 마련하고, 봉제공을 거쳐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청년을 육성하는 등 봉제업 종사자를 늘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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