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함께 사는 '최저임금'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다.'(民以食爲天)

중국 고사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나, 세상 어디인들 먹고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곳이 있겠는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한다고 할 때 그 '기본'도 먹고사는 문제를 말함이리라. 그 기본적인 삶을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해마다 이맘때 가장 중요한 사회'경제적 이슈 중의 하나는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은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이기에 늘 초미의 관심사였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도 가동되고 있다. 지난달 말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기간을 연장하며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사용자, 근로자, 공익 측 각 9명씩 27명의 위원들이 이달 들어서도 서너 차례 회의를 갖고 막판까지 조율에 나서고 있다. 이번 주말 마지막 한 차례 회의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모양이다. 중재자 격인 공익위원들은 이날만은 밤샘 끝장 토론을 하더라도 16일 오전까지는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종 확정고시일인 8월 5일의 20일 전까지는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버티는 사용자와 근로자 측이 어떻게 의견 접근을 이룰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았다. 5월 9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진영의 후보들이 앞 다투어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고, 그중에서도 2020년까지 3년 내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에 노동계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현실은? 사용자 측이 제시한 인상률은 2.4%에 불과했다. 올해보다 155원 오른 6천625원이었다. 반면 근로자 측은 올해 당장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안을 들고 나왔다. 올해보다 무려 3천530원(54.6%)이 오른 액수였다. '1만원'은 노동계에서 몇 년째 들고 나왔던 카드이다.

양측은 두 가지 안을 가지고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격차가 너무 크다 보니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았다. 공익위원 측에서 수정안 제시를 요구했지만 양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사용자 측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경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유소나 편의점 점주들은 단호하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경우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주고 나면 자신들이 가져갈 몫이 남지 않을 거라고도 한다. 편의점의 경우 인건비가 절반 정도나 되는데, 결국 종업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푸념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은 조금 더 넉넉하게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도 상당 폭을 올려야 한다.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만은 해결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최저생계비가 1인 가구의 경우 99만원, 2인 가구는 168만원 선이다. 게다가 최저임금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도 3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새 정부도 최저임금이 1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당장 1만원으로의 인상은 쉽지 않더라도 '3년 내 1만원'은 우리 사회가 이해하고 지지해야 할 당위라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155원은 아니다.

그러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안기만 해야 할까. 우리 사회 전체가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부담을 나눌 수는 없을까. 이들도 사실 약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약한'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세 특례 확대,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보완책을 마련키로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소상공인들은 임금 인상분 보조금 지급 등 추가적인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에 맺어진 여러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저임금이 모두가 함께 '먹고사는' 제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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