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무울 식구들은 우굴거리쌓고
항상 쌀독에 양석은 딸막딸막하이
당최 우째볼 도리가 없는데
여게다 친정 조카 피붙이들꺼정 와서
통 집에 갈 생각도 앙하고 등살로 대쌓이
이집 미느리는 참 난감한 기라
(최근 신작 연작 장시 《大邱詩誌》 제7집 『마천산(馬川山) 봉수대(烽燧臺)의 달』에 수록 예정)
*'등살을 댄다'는 말은 대개 염치나 체면도 없이 남의 집에 빌붙어 식객(食客) 노릇을 하는 경우, 혹은 이와 비슷한 처지를 표현할 때 쓰던 말이다. 간단하게 아주 쉽게 말하면 '귀찮게 굴다'라고나 할까. 필자가 최근에 발굴, 복원한 말인데 대개 지금은 연로(年老)하신 할머니들에게서 이런 어투를 찾아볼 수 있으나 젊은 세대에는 거의 멸실되고 없어진 말이다. 옛날 우리네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참 많이도 쓰시던 말인데 이 말이 생긴 연유는 이렇다. 삼복더위에는 사돈 오는 것이 범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삼복에 별로 반갑지도 않은 사람이 와서 살갗이라도 부딪히면 이런 불쾌한 일도 없을 터인데 여기에 더하여 아주 귀찮은 사람이 땀이라도 칙칙하게 묻어나는 등살(등에 붙어 있는 살을 말함)을 갖다 댄다면 이만큼 불쾌한 일도 없을 것이다. '등살로 댄다'에서 원래 표기는 '등살을 댄다'가 맞는 표기이나 대구 지방에서는 목적격인 '을' '를'을 '로'로도 많이 쓴다.
*우굴거리다: 사람이나 짐승들이 떼로 모여 있을 때 쓰는 말인데 여기서는 밥 먹을 식구가 많다는 말이다.
*딸막딸막하다: 대개 쌀독이나 뒤주에 양식이 바닥날 때 즈음을 표현하는 말로서 의성(擬聲)이나 의태(擬態)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참 아름다운 우리 말이다. 말의 어원을 따져보면 필연적으로 그 시대상(時代相)을 알 수가 있는데 농사를 지을 토지가 넉넉했던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에서는 양식이 딸막딸막할 이유가 없으니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농토가 척박했던 경상도에서는 참 많이 쓰이던 말이라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위에서 보듯 이러한 아름다운 우리말을 대할 때마다 처음 스물여덟 자에서 시작한 우리 한글이 우리네 손자의 손자, 그 손자의 많은 손자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각 지방 곳곳에 수많은 가지를 뻗어 지역 사투리라는 이름으로 절묘한 언어를 빚어낸 것을 보면 세종대왕의 위대한 천재성(天才性)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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