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장하는 北·美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해 힘 우위 강화 노려
평화 의지 큰 南, 군사역량 게을리해
남북한 화해적 평화 이뤄질 수 있나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 간의 평화는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따라 2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적대 국가들이 화해하여 주권 보장'불가침'상호존중 등의 원리에 입각한 정상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를 화해에 의한 평화라 한다. 진정한 평화란 이런 평화를 말한다.
둘째는 국가들 간의 적대관계가 힘(군사력과 정치공작력을 합친 것)의 우열에 의해 해소됨으로써 이루어지는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는 힘의 직접적 대결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직접적인 대결 없이 열위에 있는 쪽이 우위에 있는 쪽의 협박과 공작을 견디지 못하고 투항함으로써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평화는 우월한 쪽의 입장에서 보면 정복에 의한 평화이고, 열등한 쪽의 입장에서 보면 투항에 의한 평화이다. 이러한 평화는 적대관계의 해소라는 점에서는 평화이지만, 쌍방 간에 주권 보장'불가침'상호존중 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 사이에 진정한 평화, 즉 화해에 의한 평화가 이루어지려면 적대관계에 있는 쌍방 공히 평화 의지와 상대방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을 다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느 일방이 평화 의지만 충만하고 적의 공격을 저지할 힘을 갖추지 못하면, 그러한 조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평화는 평화 의지가 충만한 측의 투항에 의한 투항적 평화뿐이다. 반대로 어느 일방이 평화 의지를 전혀 가지지 않고 적을 공격할 힘만 강하면, 그러한 조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평화는 공격력이 우월한 측이 상대방을 정복하여 이루어지는 정복적 평화뿐이다.
남북한 사이의 평화도 이러한 평화실현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적대관계에 있는 남북한 사이에서 진정한 평화, 즉 화해에 의한 평화가 이루어지려면 남북한이 공히 평화 의지와 상대방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군사력과 정치공작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재 북한은 평화 의지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남한과의 화해적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화해적 평화를 추구하는 평화 의지의 기본 요소는 현상의 수용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북 평화협정은 주한미군 철수를 필수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현상의 수용을 거부하는 것인 동시에 남한에 대한 북한의 힘의 우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다.
북한은 평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핵폭탄과 미사일의 개발을 강화하여 남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여차하면 남한에 대해 군사공격을 자행할 것임을 거듭 협박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남한 내부의 종북세력 및 그 주변세력과 협력하여 남한 정부의 친북정책을 유도하는 정치공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에 반해, 남한은 평화의지에 충만해 있으면서 북한의 군사 공격을 저지할 역량 강화를 게을리하고 있고, 북한의 대남 정치공작을 저지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평화 의지가 넘치는 문재인 대통령은 민간인들의 대북 물자 보내기를 대폭 허가하려 하고, 북한의 대남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취했던 금강산 관광 중단 등을 모두 번복하려 하고 있으며,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장비인 사드의 정상적 배치를 지연시키고, 대북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킬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조기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통진당 해산에 반대했던 판사를 헌법재판소 소장에 지명하고, 북한 간첩 윤이상의 묘지를 참배하는 등 북한의 대남 정치공작 저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조치들을 취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더라도 남북한 간에 진정한 평화, 즉 화해적 평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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