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핵무장

소련은 1948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어 1953년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고 1957년 8월에는 사상 최초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소련에 대한 미국의 핵전력 우위는 사라졌다. 이는 곧 미국의 대(對)소련 전략이 다시 세워져야 함을 뜻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채택한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다. 상대방이 공격해 오면 공격 미사일이 도달하기 전 또는 도달 후 남아 있는 보복 전력으로 상대방도 절멸시키는 전략이다. 핵심은 군사시설을 타격 목표로 잡았던 종전의 전략 개념과 단절해, 사상자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상대편 도시를 타격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의 약어 'MAD'가 말해주듯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이 미친 전략이 핵전쟁을 막아주었다. 그 메시지는 선제공격을 하는 쪽이든 당하는 쪽이든 핵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 미국과 소련이 1972년 체결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 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으로, 상대편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방어시설을 금지했다.

사실 'MAD'는 새로운 전략 개념이 아니었다. 핵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영국 총리 처칠의 '인류 절멸의 평등 원칙'에서 이미 제시된 것이다. 그 의미는 핵전쟁은 보호하려는 대상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불편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역설을 내포한다. 핵 공격을 당하지 않으려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의 말대로 핵을 가진 국가에 항복하거나 파괴되는 두 가지 선택뿐이다.

미국이 11일 사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요격 시험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13차례 실시한 요격 시험도 모두 성공했다. 이로써 사드의 국내 배치를 놓고 제기된 효용성 시비도 잦아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걱정은 여전히 남는다. 14차례의 요격 성공과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을 100% 막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99발을 요격해도 1발을 놓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사드는 훌륭한 무기임은 분명하지만, 비대칭 전력이란 한계 또한 분명하다. 이런 한계는 핵무기로만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이런 냉엄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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