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세계 영화계 주목한 봉준호 감독

"바람 잘 날 없는 '옥자', 흥행 부담은 없어요"

칸에서 시작된 멀티플렉스와 논쟁

다양성 영화 상영 기회 박탈 지적도

온라인 플랫폼 통해 평생 독점 제공

영화 보는 새로운 방식 만들어진 것

극장가 위협받는 일은 없을 거예요

봉준호(48) 감독은 최근 몇 달간 전 세계 영화계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전에도 봉 감독은 화제의 인물이긴 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등으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유명하다. 외국 감독과 배우들이 내한하면 손에 꼭 꼽는 감독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신작 '옥자'를 들고 지난 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자 난리가 났다. 이미 칸영화제에 몇 차례 간 적은 있으나 경쟁 부문은 처음이었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의 넷플릭스 지원을 받은 작품이 초대받은 것이었기에 세계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극장과 온라인 동시 상영이라는 플랫폼의 대치는 일단락되긴 했으나 결판이 나지 않았고, 국내로까지 이어졌다.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옥자'의 상영을 거부했고, 봉 감독도 수긍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봉 감독은 계속해서 언젠가는 닥칠 이 화두의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칸에서 시작된 논란이 한국에서는 멀티플렉스와의 논쟁으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다양성 영화의 상영 기회를 빼앗는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네요.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군요. 흥미진진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정말이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죠."

'옥자'는 슈퍼돼지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의 우정을 담은 어른 동화다. 아름답기만 한 동화가 아닌, 잔혹함을 머금은 현실 동화라 할 수 있다. 미란도 그룹의 슈퍼돼지 생산 계획에 따라 전 세계 26개국 축산 농가에 제공한 돼지들을 되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는 육식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문제 의식도 녹아 있다. 동물 보호와 식육의 대치, 동물들의 대량 도살 시스템, 반려동물의 기준 등등 예민한 문제들이 담겼다.

'역시 봉테일(봉준호+디테일)'과 '뻔한 상상력'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가 상존한다. 봉준호 감독은 "더 명확하고 시원한 결말을 고민하기도 했는데 비록 우울한 모습일지라도 그게 현실이라면 인정하고, 작은 희망이라는 걸 바늘구멍처럼 뚫어놓고 오는 게 적절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영화평을 찾아봤는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었고, 반려동물이 있는 분들은 동물 보호 감성에 특히 몰입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더라고요. 또 동물해방운동을 펼치는 단체에 몰입해 논쟁을 벌이는 분들도 있고요. 전 이런 걸 원했어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되짚어 봐야 할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 말이죠.(웃음)"

봉 감독은 신작을 내놓았으나 흥행 부담감은 없다. 상영관이 얼마 되지 않기에 영화진흥위원회의 박스오피스 숫자 체크가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도 사람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온라인으로 관람했는지 수치를 내놓지 않는다. 봉 감독은 "손익분기점의 압박이 없는 영화를 찍은 최초의 경우라 사실은 나 역시 이게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래도 이전의 경우와는 분명 다른 것 같다"고 웃었다. "박스오피스 순위와 손익분기점 돌파는 여러모로 감독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지점인데 '옥자'는 넷플릭스 플랫폼에 올라가고 나면 그냥 끝이에요. 한 번 올리면 독점 제공을 하면서 영원히 계속 쌓여가는 거죠. 창작자로서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업계에서는 위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죠. 무서운 모델인 것 같긴 해요."

하지만 봉 감독은 "극장이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영화를 보는 새로운 방식이 하나 추가된 것뿐이지 이걸로 인해 엄청난 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극장은 극장만의 매력이 있다. 각자 다른 경로"라고 본인의 생각을 강조했다.

봉 감독의 차기작은 '기생충'이다. 봉 감독의 '마더' 같은 스케일에 100% 한국어, 가족 이야기라는 것, 송강호가 또다시 함께한다는 것 정도가 알려진 전부다.

"이기적인 욕심일지 모르지만 제 기준은 저예요. 특강에 나가면 '감독님이 생각하는 관객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바로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고 말해요. 그게 진심이죠. 후배 감독들이나 많은 영화 학도에게 여러 가지 제약과 고민,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저처럼 생각하면 조금은 더 즐겁게, 부담감 없이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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