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학교 문턱에도 못 가봤습니다. 한글을 몰라 늘 부끄럽고, 배울 기회가 없어 안타까웠지요. 이번에 평생소원을 풀게 되니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습니다."
안동시 임하면에 사는 이순자(76) 할머니는 손주뻘 되는 초등학생들과 함께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2주 정도 배웠는데, 힘도 들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안동시는 지난 2005년부터 한글을 깨치지 못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안동의 면적은 1천521㎢로 서울(605㎢)의 2.5배에 달한다. 시골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은 교통편도 불편한 데다 도심까지 거리도 멀어 일일이 한글학교에 나와서 글을 배우기가 어렵다.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안동시는 농촌지역 비문해자를 위해 찾아가는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은 이달 4일부터 시작됐다. 늦깎이 학생 200여 명이 안동교육지원청의 협조로 70여 년 만에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두 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풍산초교를 비롯해 온혜초, 월곡초, 임하초, 와룡초, 길안초, 일직초, 임동초, 녹전초, 남후초에서 한글배달교실이 열렸다. 어르신들은 통학버스로 등교한 뒤 초등학생과 함께 수업도 듣고 급식체험도 한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11일 70여 년 만에 학교를 찾은 늦깎이 할머니 학생들과 함께 한글 수업을 받았다. 권 시장은 "우리가 지금 윤택하게 살고 있는 것은 어르신들의 희생 덕분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 환경과 어려운 형편으로 교육을 받지 못해 평생 한이 된 어르신들에게 죄송하다"며 "늦은 나이에 불구하고 한글을 배우려는 어르신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에 놀랐다.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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