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산 취득 의혹에 땀 뻘뻘, 후반 갈수록 맹탕 청문회

홍승활 도시철 사장 후보 청문회

13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홍승활 사장 후보자가 답변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3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홍승활 사장 후보자가 답변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땅. 땅. 땅.'

13일 오전 10시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 이귀화 인사청문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시작된 홍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초반 열기가 국회 청문회에 버금갔다. 검은색 양복 안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후보자가 선서를 위해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방 터졌고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후보자는 수시로 보좌진의 귓속말을 받으며 송곳 질문에 대비했다.

조재구 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은 인사청문회 회피와 후보자 번복 과정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첫 질의에 나선 조 의원은 당초 인사청문회를 회피하려 했다 번복한 뒤 청문회에 나선 것을 두고 시민 여론이 곱지 않다는 점을 꺼내 들었다.

조 의원이 "홍 후보의 이런 갈지자 행보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고, 예의가 아니다"고 따져 묻자 홍 후보자는 "인정한다. 시민들에게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수십억원대 재산형성 과정과 자녀 병역 면제 등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홍 후보자는 목이 타는지 앞에 놓인 컵의 물을 연방 들이켰다.

최재훈'정용 의원은 홍 후보자 부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동구 용계동의 공시지가 35억원짜리 건물 취득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공직 40여 년 생활에 고가의 건물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홍 후보는 "그건 원래 제 소유가 아니고 사업을 하던 제 여동생 소유의 땅이었는데, 사업이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집 식구와 제가 공동 명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들 병역 면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막내아들이 큰 교통사고 후 머리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군 면제를 받게 됐다"고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청문회는 맥 빠진 모습이었다.

이번 청문회는 지방의회 청문회로는 전국적으로 10번째로, 대구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청문회란 점에 비해 '가공할 만한 무기'나 '특별한 기법' 등이 없어 평이한 청문회가 연출됐다는 평가다.

이경애 의원은 "청문회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시의원 면책특권도 없어 청문회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느냐 회의가 든다"고 푸념했다.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현재 지방의회가 인사청문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상위법인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자치법 등에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번 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제도다. 따라서 청문회 후보자가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거나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면책특권이 보장된 국회 인사청문회와 달리 민감하면서도 의혹 차원의 질문이나 추궁은 자칫 명예훼손이란 형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청문회의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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