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가·조각가 만난 '덩어리와 경계'…김이수·이강원 작가 2인전

스페이스K 내달 30일까지

'덩어리와 경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모습

화가 김이수 작가와 조각가 이강원 작가의 2인전 '덩어리와 경계'(Mass & Boundaries)전이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다. 물성이라는 토대를 기반으로 출발한 두 작가는 추상적 풍경을 공유하며 각자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고재령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김이수 작가는 반투명 테이프 위에 물감을 칠해 색 테이프를 만든 후 이를 아크릴판 위에 여러 겹 붙여 색을 조절하는 평면 작업으로 경계의 층위를 드러내며 새로운 수평적 풍경을 제시하고, 어디선가 잘려 나온 듯한 파편화된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덩어리를 구축하는 이강원 작가는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만질 수 있는 것으로 시각화한다"고 설명했다.

수평선이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공간의 경계선이라면, 석양은 빛과 바람을 삼키는 시간의 경계선이라 할 수 있다. 그 경계선에 매료된 김이수 작가는 이를 미세한 '차이의 풍경'이라는 일련의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김 작가는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공기와 빛의 파장과 경이의 풍경을 붙잡는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경계선 너머로 잘게 갈라지는 미세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다겹의 테이프를 이용했다. 유백색의 아크릴판 표면에 붙인 테이프가 겹겹이 층을 이루는 작품 표면에는 반사된 빛이 축적된다. 빛의 굴절에 의해 그의 작품은 수평선에 가라앉는 석양이나 떠오르는 태양처럼 보이기도 하며, 마치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이탈한 우주선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우주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강원 작가가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은 자연 속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거나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흐릿하게 보이거나 구체적인 형상이 없어 추상적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대상들인데,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물과 구름, 숲이 바로 그렇다. 이번 전시의 작품 '숲'은 액자 틀이나 벽지 무늬 등 일상 속 식물 이미지를 모아서 제작했는데, 작품 속에서 나무나 숲, 잎새 등 유기적 자연물조차 기능과 의미가 모호한 사물이 되고 만다. 각 부분들이 뭉쳐져 있기도 하고 벽에 펼쳐진 풍경으로 구성된 작품도 있는데, 상호 간 어떠한 관계없이 배열된 단편들에서 다양함이 돋보인다. '숲'이 식물 이미지들을 모아 숲을 구성하고 있다면, '물과 구름'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대기의 풍경을 연출한다. 수증기가 구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무거운 재료와 가벼운 대상의 반어적인 결합을 통해 형상화하는데, 정형과 비정형이 서로 녹아드는 형상은 물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결합하고 분리하는 끝없는 운동의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8월 30일(수)까지. 053)766-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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