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시 프리즘] 뜨거운 감자, 자사고·외고 존폐 논쟁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자사고·외고 폐지 논쟁이 가열되면서 교육계는 교육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국의 17개 시도교육청의 온도 차가 뚜렷하며, 특히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의지가 강력하다. 전국의 자사고(46개)와 외고(31개)는 학생 우선 선발이라는 입학 전형의 특혜가 있고, 자사고는 일반고 3배 정도의 등록금을 받을 수 있다. 자사고와 외고는 선발의 특혜와 부자들만 갈 수 있는 특권 학교라는 인식하에 학교를 서열화하고, 사교육을 유발하며, 명문대 진학의 통로로 전락했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자사고·외고 존폐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총 506명)에서 폐지가 52.5%, 유지가 27.2%로 폐지를 찬성하는 여론이 두 배가량 많았다. 이는 자사고와 외고의 폐지로 일반고 살리기 기대 효과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자사고와 외고가 폐지되면 일반고 살리기가 가능한지를 교육적 프리즘으로 조망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측면이다.

교육의 수월성은 세 가지 차원으로 분류된다. 개인적 차원의 수월성은 개인적 동기를 유발하고 가장 적합한 교육 내용과 방법을 활용하여 학생의 잠재능력과 자질을 극도로 신장하는 것이다. 제도적 차원의 수월성은 학교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고양하고 다른 학교보다 훌륭한 교육 여건을 위하여 상호 경쟁적으로 노력하여 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차원의 수월성은 교육의 평균성을 지양하고 각자의 혹은 조직의 상대적인 능력과 실적을 반영하는 보상체제를 확보함으로써 교육의 질적인 고도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자사고와 외고는 이러한 교육의 수월성을 실현하여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지역에서 학생'학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월성 교육으로 그 지역 인재의 역외 유출 방지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점차 교육의 수월성이 훼손되고 진학 결과에 매몰되어 학교가 서열화되고, 명문대 진학의 통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둘째, 교육의 다양성과 획일성 측면이다.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능력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사회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려면 학교 유형이 다양화되고, 교육이 개별화·다양화되어야 한다. 즉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한 교육제도가 있어야 하는데 자사고·외고 폐지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지 의문이다. 다양한 학교 유형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준다. 자사고·외고 폐지로과학고, 영재고, 강남 8학군, 비평준화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

셋째, 교육의 합목적성(특수목적, 설립목적)과 합법성 측면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은 "자사고와 외고가 당초 설립목적과는 다르게 입시 전문 교육기관화했다"고 밝히며, 자사고·외고의 우선(전기) 선발권을 박탈하고 일반고와 동시에 선발 전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명문고가 되어버린 자사고·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자사고·외고 존폐 결정이 정치적 논리로 교육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교육적 논리로 자사고·외고의 문제가 무엇인지 교육 주체 간에 충분히 논의된 후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자치권이 보장되고 각 지역의 특수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대선 공약이라고 해서 자사고·외고를 당장 폐지하자는 주장은 갈등과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사고·외고가 교육의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의 합목적성 측면에서 어떤 공과(功過)가 있는지 교육 공동체 구성원 간에 충분히 논의하여 그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펴야 진정한 민주 정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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