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학·지리·영어·미술 수업 후 '문학기행 여행상품' 만들기

새 화두 떠오른 주제 중심 수업, 다사고 첫 '융합 주간' 사례는

12일 오전 대구 다사고에서 융합수업 주간을 맞아 2학년 학생들이
12일 오전 대구 다사고에서 융합수업 주간을 맞아 2학년 학생들이 '문학기행 여행 상품 만들기'라는 주제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한국지리 시간 중 문학작품 내용을 바탕으로 여행 지도를 구상하고 있다. 허현정 기자

최근 체험·과정 중심의 평가가 강조되면서 교과 간 경계를 허무는 '융합수업'이 교실수업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내년 현재 중3 학생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과 함께 새 정부가 내신'수능 절대평가, 고교 학점제 등 지금과는 다른 창의적 인재 양성을 강조하면서 주제 중심의 수업은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 다사고의 교사, 학생들이 힘을 합쳐 융합교육 주간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다사고 각 교과 교사들은 내실 있는 융합교육 준비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수업과 연계한 동아리 행사, 전문가 특강을 직접 기획하며 대회를 빛냈다. 다사고에서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융합교육 주간의 면면을 살펴봤다.

◆한 주제로 오전 내내 수업

메밀꽃 필 무렵·돈키호테…

작품 읽고 팀별 관광지 토론

행선지·영어 표기 지도 그려

"각 과목 입체적 이해에 도움"

12일 융합교육 주간의 첫날을 맞아 2학년 1반 학생들이 1교시부터 교내 도서실로 모였다. 이날 1~4교시에 걸쳐 문학, 한국지리, 영어, 미술 교과 교사가 차례로 이어간 융합수업의 주제는 '문학기행 여행 상품 만들기'다.

수업 전 학생들은 플랜더스의 개, 메밀꽃 필 무렵, 돈키호테 등의 문학작품을 읽었고 모둠별로 인상적이었던 지명, 관광지를 토론하기 시작했다.

작품 '플랜더스의 개'를 고른 모둠에서는 이야기의 배경인 벨기에를 여행 상품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한국지리 시간에 작품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핀 학생들은 유명 항구 도시와 오래된 성당 등 추천 여행지를 커다란 종이 위에 표시했다.

한편, 메밀꽃 필 무렵을 선택한 모둠은 '이효석문학관'을 방문한 뒤 점심은 봉령장에서 해결한다는 여행 계획을 세웠다. 학생들은 목적지 간 이동 거리, 현지 날씨, 특산물 등 사전 조사 자료를 참고했고, 스마트폰 검색으로 지면을 메워갔다.

학생들이 이동 경로, 여행 방문지 설명에 어려움을 겪자 지리교사는 '지도를 너무 상세히 그리려고 하지 마라' '지역 사투리로 설명을 넣으면 효과적이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사고 2학년 최재일 군은 "모험에 대한 이야기가 좋아 '돈키호테' 작품을 골랐다"며 "현실에서 과제를 해결할 때를 생각해보면 윤리'사회'과학적 방안 등으로 해결책이 딱딱 구분되지 않는다. 이렇듯 교과목을 각각 공부했을 때보다 한 주제를 두고 여러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실생활과 더 잘 맞는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학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갈등 구조와 함께 담겨 있는데 다른 교과목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해가 잘 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지리 시간에 완성한 지도를 영어 수업 때도 활용했다. 여행 상품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듯 영어로 작성했고, 이를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융합수업의 마지막인 미술 시간에는 최종 여행상품으로 꾸미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교실에서도 평소 함께 공부하기 생소하다고 여겼던 과목 간 융합수업이 이루어졌다.

2학년 수리과학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융합수업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주제로 문학, 수학, 물리 과목이 손을 잡았다.

문학 수업에서 천부적인 두뇌와 수학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히든 피겨스'를 감상하고 나서 작품에 대한 해석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수학 시간에는 영화 내용을 토대로 복소수의 뜻과 성질을 배우고 사칙연산을 연습했다. 마지막으로 물리 시간에는 영화 내용과 수학 시간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행성의 운동에 대한 '케플러 법칙'과 뉴턴의 '중력 법칙'을 조별로 설명했다.

융합수업 주간을 기획한 서지원 교수학습지원부장 교사는 "이번 1학기 때 처음 운영하는 융합수업 주간 경험을 바탕으로 2학기 때는 활동을 확장, 심화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교사·학생이 함께 완성

수리과학과정서도 주제 학습

영화 속 과학·수학 복습하고

작품 토론하며 문학 영역까지

"사회현상 다각도 이해력 높여"

다사고는 올해 지역 학교 중 처음으로 융합수업 주간을 도입했다. 교사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민해왔다. 그러다 사회현상은 한 가지 측면으로 해결될 수 없고 다각도의 시각과 안목으로 바라봤을 때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에 각 교과 교사들이 모여 과목 간 연결 고리를 찾은 뒤 융합수업을 위한 주제를 정했다. 융합수업 주간을 운영하는 기간은 일 년에 두 차례(7월, 12월) 기말고사 후로 정했다. 기말고사 후부터 방학 시작 전까지의 기간에는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어서다.

융합수업 주간 중 오전에 수업을 모두 마친 학생들은 오후에 이어지는 글쓰기 대회, 과학 논술 대회, 논문 발표 대회, 수리 프로젝트 등 각종 활동에 참여하느라 분주했다.

강당과 도서실에서는 교내 동아리가 마련한 역사 골든벨, 주택 모형 제작과 같은 활동이 이루어졌다.

동아리 활동 중에는 토론 동아리 '누리봄' 소속 학생들이 기획한 '두잉 데모크라시'(Doing Democracy) 토론회가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민주주의를 행하다'는 의미의 '두잉 데모크라시' 책을 읽고 수십 명의 1, 2학년 학생이 도서실에서 펼치는 대토론회다. 참가 학생들은 4, 5명씩 모둠을 이뤄 올바른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다.

다사고 관계자는 "2학기 때도 같은 책을 읽고 나서 같은 방식으로 '두잉 데모크라시' 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그때는 지금보다 많은 학생이 토론에 참여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새로운 학교 교칙을 합의하는 데까지 활동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수업 주간 중 심리 전문가, 교수 등 전문가 초청 특강도 이루어졌다. 특강은 학생들이 강연 주제를 설정해 직접 전문가를 섭외한 점이 눈에 띄었다. 또 특강을 통해 평소 교과 시간에 배운 내용을 심화시킬 수 있어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12일 오후 열린 특강에서는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학교를 방문해 '대구의 역사와 문화'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평소 수업 시간에 대구 지리에 대해 학습한 학생들은 특강 중 대구의 지형, 기후 등 생생한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한편 선지원 일반계고인 다사고는 기숙형 고교의 이점을 살리고 학생들의 높은 학력 수준에 맞춰 교육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석훈 다사고 교장은 "2학기 때는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융합교육 주간을 운영할 계획이다"며 "학업 능력 향상에 그치지 않고 학생 주도의 다양한 체험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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