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 대구 북구청에는 팔달육교에 참새 2마리가 죽어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주민 유모 씨는 "참새가 육교 옆 나무로 날아가다가 투명한 육교 유리를 못 보고 부딪혀 죽었다. 다른 한 마리도 몇 번이나 유리에 충돌했다.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고 신고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팔달육교 옆면 유리를 불투명하게 처리했지만 일부가 투명해 새가 부딪히는 듯하다"며 "나머지 공간에도 시트지를 붙여 충돌사고를 막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통유리로 외벽을 마감한 건물이나 투명방음벽 등 시설물에 새가 부딪히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 회장은 "새들은 유리 벽에 비친 산이나 나무의 모습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충돌하기 십상"이라면서 "다친 새가 눈에서 피를 흘리면 대부분 이런 경우"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새의 충돌을 막으려고 독수리 등 맹금류 모습을 딴 스티커인 '버드 세이버'(Bird saver)를 붙이기도 한다. 북구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 씨는 "아파트 유리창문으로 새가 날아드는 경우가 많아 이웃들과 함께 버드 세이버를 신청했다"고 했다. 한국조류보호협회와 문화재청이 함께 제작한 버드 세이버는 무료로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새의 종류와 활동 공간, 이동 경로를 분석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경북대 명예교수)은 "일부 새는 맹금류를 보면 오히려 달려드는 습성이 있다. 버드 세이버도 한계가 있는 것"이라면서 "캐나다에서는 무리 지어 이동하는 새를 배려하려고 오후 8시 이후에는 도시 조명을 새의 눈이 부시지 않는 색으로 바꾼다. 대구에서도 건물을 짓거나 시설물을 설치할 때 새의 습성을 이해해 설계하는 등 새와의 공존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시민이 발견해 구조'치료한 야생 조류는 886마리로 집계됐다. 이들 조류가 다친 원인은 기아'탈진'미아가 41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상이 418건이었다. 최동학 회장은 "들과 야산에 먹잇감이 줄어들면서 황조롱이, 소쩍새 등이 도심에 터를 잡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 새끼 새가 둥지를 떠나다 매끈한 건물 유리 벽에 내려앉지 못하고 떨어져 상처를 입는 게 70%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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