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 전자공학과 3학년 황병진(23) 씨는 요즘 여름방학이 무색하다. 'MA'(Micro Academy)라는 창업동아리 회장인 그는 하반기에 열릴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온종일 지내며 오전은 대회 준비에, 오후는 토익 등 스펙 쌓기에 투자한다. 특히 황 씨는 다른 동아리 회원들과 특허 신청을 염두에 두고 'LED를 이용해서 통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대회 때 특허를 내면 가산점을 받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씨는 "대학에서 창업과 관련해 전폭적으로 지원, 자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으로 연결하려고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일대는 가히 '창업사관학교'라 불릴 만하다. 재학생 7천여 명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창업에 있어서는 전국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는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963년 개교 이래 7천여 명의 졸업생 중 3천800명의 CEO를 배출해 2015년 유력 일간지 대학평가에서 졸업생 창업비율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또한 2011년부터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창업선도대학에 한 차례의 탈락도 없이 계속 선정되고 있다. 특히 2016년 창업선도대학 평가에서 이 대학은 동국대와 함께 유일하게 최고 등급(S등급)을 받았다. 창업보육센터 운영 평가에서도 2004년부터 12년 연속 최우수로 평가받고 있다.
화려한 성과를 낸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풍부한 실전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대학은 매년 초 그 해에 참가할 수 있는 국내외 유명 박람회 목록을 만들어 대학 명의로 단독 부스를 확보한다. 참가할 학생들을 선발해 관리하면서 부스 디스플레이는 물론, 홍보 자료 제작 등 전 과정을 경험케 한다. 행사 때는 학생들이 직접 해외 바이어와 구매 협상이나 상담도 하게끔 한다. 강형구 경일대 창업지원단장(디자인학부 교수)은 "일반적으로 대학들이 창업과 관련해 아이디어 발굴 부분에 많이 집중하지만 우리 대학 시스템은 학생들이 자신의 제품을 직접 팔게 함으로써 시장을 알게 하고 스스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당초 제품이 바이어들로부터 관심을 받을지, 팔릴지 등을 우려했던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으로 이어주는 시스템도 이 대학의 자랑거리다. 대학 내 창업지원단에는 멘토 교수(창업중점 교수) 3명이 항상 대기하고 있는 전문상담 창구가 있다. 재학생 누구나 창업과 관련한 아이디어나 고민 등을 이곳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학생의 아이디어는 학내 '아이메이커'(시제품 제작터)라는 공간에서 프로토(시제품)로 만들어진다. 만약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식 멘토를 붙여주고 수백 개의 대량 생산도 해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생들은 해외박람회 등에 참가하고 있다. 강 단장은 "대학 내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뽐낼 기회가 무척 많다. 학내에서만 크고 작은 경진대회가 매년 4차례 이상 열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만든다'(Man-Dn-Da)는 업체를 창업한 이 대학 졸업생 권태현(26) 씨는 "교수들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연결하도록 많이 유도한다"며 "소비자에게 제품을 론칭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대학에서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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