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일간 진행된 제23회 전국대학생 모의UN회의에 참가했다. 4위원회 소속으로 의제는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기후기금(GCF)의 역할'이었고, 맡은 국가는 모로코였다. 의제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다른 참가자들보다 부족해서였는지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상보다 더 값진 사람들을 얻었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철이 들어서인진 모르겠지만 '사람'을 얻는 것이 가장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인간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조별과제를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일보다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었고, 갈등 해결 과정은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고민하게 됐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고, 왜 이렇게 상처받는 것일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기적인 태도는 사람을 잃는 가장 빠른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마냥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가는 말이 고우면 만만하게 생각한다'는 말이 생겨났듯이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에겐 더 예를 차리고, 친근한 사람에겐 참 쉽게 대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음을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것 역시 싫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나 단체엔 자연스레 권력이 생성된다. 누군가는 이끌고, 누군가는 그에 따른다. 칼 슈미트는 '정치의 본질은 적과 동지의 구분에 있다'고 했다. 어떠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나와 의견이 맞는 동지, 의견이 맞지 않는 적을 나눠 한쪽과 어울리고 다른 한쪽을 배척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이 갈등을 봉합할 수도, 더 악화시킬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많은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이는 현명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한동안 '미움받을 용기'나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와 같이 '관계'에 관한 책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에선 '건강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관계를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실마리임을 제시한다.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서로 위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서로 위해주는 것은 충만한 자존감에서 비롯되며, 이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닥친 일로도 충분히 힘든 세상이다. 대학생들이 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보다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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