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평양고등보통학교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전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해마다 제헌절 축하하지만

헌법 기본정신 어디로 갔나

현 정부는 수호의지 있을까

국민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자라난 사람들은 헌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합방되기 전에 조선은 조선왕조가 있어서 다스려졌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천왕이 국민 생활의 전부였다. 우리는 헌법의 가치를 따져볼 필요도 없는 세월을 살았다.

그러다 해방을 맞이했고 독립투사들이 해외에서 돌아와 1948년 제헌국회가 소집되어 헌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고 우리들의 감격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유당이 장기 집권할 때에나 군사정권이 독재를 하던 때, 우리는 그 헌법을 붙잡고 독재에 항거한 것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가들은 어쩌자고 권력을 남용하여 민주공화국을 독재국가로 몰고 가는가"라고 말하며 우리는 투쟁을 하였고 헌법이 우리들의 투쟁의 발판이었다.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민주공화국임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헌법이 번번이 승리하여 우리는 조금씩 민주주의로의 길을 힘겹게 더듬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 후 노태우가 지시한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은 동서독이 계기가 되었다. 두 나라의 유엔 가입과 통일의 꿈을 이룬 사실을 감격스럽게 바라보기는 했지만 한반도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독일 분단의 실정이었다. 만일에 헌법을 진정 존중했더라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였던 대한민국이 그 자리를 내놓고 김정일 일가의 독재 정권과 대등하게 내려앉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그 뒤에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무슨 방법으로든지 북의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만나려고 애를 쓴 것도 사실이다. 만일 김일성이 급사하지 않았더라면 김영삼도 대통령으로서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과 악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은 1948년에 제정된 헌법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대중은 김정일을 만나는 일에 성공하였고 그의 햇볕정책이 한반도의 통일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그는 북에 돈을 가져다준 사실을 대통령 재임 시에는 극구 부인하다가 그의 후계자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그 자리를 굳히는 것을 보고 드디어 고백하였다. "잘사는 형이 못사는 동생을 만나러 가는데 빈손 들고 갈 수가 없어서 2억달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이 한마디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정신을 완전히 뒤집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후임자 노무현도 상당한 액수의 달러를 들고 가서 김정일을 면담하는 일에 성공하였고 그는 돌아와 "반미가 뭐가 나쁩니까" 또는 "일본에 가보았더니 공산당이 합법화돼 있던데 그 사실이 여간 부럽지 않았습니다" 등등의 헌법 정신과 완전히 배치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면서 점차 대한민국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우리가 계속 제헌절을 해마다 축하하지만 제헌절의 기본정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는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는 이 정권이 과연 제헌절의 정신에 입각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사수하려는 투철한 의지를 갖고 있는가- 이것이 문제이다. 문재인의 대통령 취임은 투표 결과만 보더라도 과반수 유권자들이 그의 안보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다. 헌법을 존중하는 국민운동이 일어나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이대로 나가다간 헌법은 있어도 헌법의 정신은 죽고 제헌절은 있어도 헌법을 존중하는 지도층은 없는 대한민국이 될 것 아닌가.

그래도 희망은 우리 앞에 있다. 단지 대한민국의 헌법 하나를 붙잡고 민족의 위기를 극복해 나온 우리가 이 시점에서 좌절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남북통일의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우리는 오직 전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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