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15달러와 1만원

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영어 첫 글자를 딴 'TED'는 1990년부터 미국의 비영리 재단이 운영하는 공익 강연 프로그램이다.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모토로 매년 세계 각국에서 강연회를 열고 있다. 2천여 건의 강연 동영상 누적 시청 횟수가 1억이 넘을 정도라면 TED에 쏠린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강연자는 대부분 각 분야에서 활동이 두드러지거나 업적을 남긴 저명인사다. 노벨상 수상자, 정치인, 기업가 등이 초대돼 20분 남짓 아이디어와 문제를 제기한다. 빌 게이츠의 '모기 퇴치' 강연은 많은 이에게 큰 영감을 준 대표적인 사례다. 저개발국 말라리아 퇴치 지원에 필요한 '모기장 펀드' 설립도 TED 강연회를 계기로 널리 확산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케이스도 있다.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을 강조한 닉 하나우어의 강연이 그렇다. 부유한 벤처 투자가이자 작가, 시민운동가인 그는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며 '최저 시급 15달러' 운동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일부 언론과 학자들은 '거의 미친 경제 플랜'이라며 냉소했다. 하지만 2014년 시애틀 시의회는 최저 시급을 15달러로 법제화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를 넘어선 최초의 도시가 된 것이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LA, 뉴욕, 워싱턴 D.C가 15달러 대열에 동참했다.

닉 하나우어는 부의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을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최대 요인으로 봤다. 부자와 가난한 자로 양분된 사회는 번영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자본주의가 번영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등 소위 '미들아웃'(middle-out) 플랜을 통해 소비력을 갖춘 중산층을 두텁게 해야 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7천53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6천470원에서 16.4% 인상한 것으로 2007년 12.3%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이다. 정부 공약인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이 되려면 매년 15.6%씩 올려야 하는데 과도한 인상에 반대해 온 사용자 측과 당장 1만원을 주장하는 노동자 측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나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주장은 현실이 되고 사람의 인식과 사회도 바뀌는 법이다. 우리의 최저임금 결정도 그런 과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1만원을 향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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