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근육병 아내 돌보는 우영진 씨

손만 움직이는 아내…한 쪽 신장 떼낸 남편

우영진(가명) 씨가 빨래를 정리하고 있다. 우 씨는 지난해 10월 아내가 입원한 후로 홀로 세 아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우영진(가명) 씨가 빨래를 정리하고 있다. 우 씨는 지난해 10월 아내가 입원한 후로 홀로 세 아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우영진(가명'54) 씨는 정오가 되면 집으로 돌아와 점심식사와 밀린 집안일을 한다. 지난해 10월 아내가 입원한 후로 점심값이라도 아껴 병원비에 보태려는 요량이다. "집안일이 힘들 게 있나요. 아픈 사람이 더 힘들지."

우 씨네 다섯 식구가 사는 집은 방 두 칸짜리 낡은 조립식 건물이다. 장성한 세 아들은 아직도 9.9㎡ 남짓의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 좁은 방에 넣지 못한 옷가지와 짐들은 마루 구석에 잔뜩 쌓여 있다.

겨울 추위를 견뎌보려 방 안쪽 벽에 붙인 스티로폼은 정신질환을 앓는 아내가 모조리 뜯어버렸다. 장판에는 아내가 불을 지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난해 10월쯤 자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서 일어나보니 아내가 장판에 불을 질러놓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그땐 아내에게 정신적인 문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정신질환 아내에게 근육 마비까지

아내는 수년 전부터 집 안에 있던 살림살이를 마당으로 내던지고, 벽지를 뜯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우 씨가 퇴근해 돌아오면 집 안은 엉망이었고, 다음 날이면 아내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급기야 방에 불을 지를 정도로 상태가 심해져 입원 치료를 받았다.

정신질환이 나아져 퇴원하자마자 아내는 앓아누웠다. 아내는 근육이 마비되는 병에 걸려 음식을 제대로 삼킬 수 없었지만 가족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내는 퇴원한 지 보름 만에 다시 병원으로 실려갔다. 우 씨는 아직 아내의 병명조차 모른다. "의사가 왜 이제야 데려왔느냐고 화를 내더군요. 몸 전체의 근육이 마비되고 있다고요. 목 근육에 힘이 빠지니까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했던 거에요."

이후 아내는 병상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양손만 겨우 움직인다. 당뇨에 폐결핵까지 겹치면서 병세는 위중해지기만 했다. "건강할 때는 체중이 80㎏까지 나가던 아내가 지금은 바짝 말라버렸어요. 대체 이 사람이 나을 수는 있는 건지 암담해요." 아내는 최근 엉덩이에 커다란 혹이 나 누워있는 것도 힘들어한다. 우 씨는 "본인 건강은 날로 나빠지는데도 아내는 늘 병원비 걱정만 한다"고 했다. "빨리 퇴원해야 병원비가 덜 든다고…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매일 그 소리만 해요."

◆교통사고와 신장암으로 빚더미 올라

아내를 돌보는 남편의 건강도 우려할 수준이다. 지난 2014년 우 씨는 오토바이를 타다 전봇대에 충돌해 어깨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후 다리도 절게 됐고, 몇 달간 집에서 요양을 하느라 일자리도 잃었다.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가 콩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것. 우 씨는 신장암 진단을 받고 한쪽 신장을 절제했다. 암 발생 초기라 다른 조직으로 전이가 없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실직과 두 차례의 수술이 겹치면서 2천만원의 빚을 짊어졌다.

우 씨는 "첫째와 둘째아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20대 초반인 두 아들은 각자 등록금을 벌거나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우 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한숨을 쉬었다. "막내에게 용돈이라도 넉넉하게 주고 싶어요. 학원 보낼 돈이 없어서 교회에서 수학 교습을 받아요."

우 씨네 가족의 생계는 매달 170만원가량 드는 아내 병원비에 휘청거리고 있다. 새로 직장을 구한 우 씨가 오전 5시 30분부터 12시간 동안 일해서 버는 돈은 월 200만원 남짓. 끼니는 모두 집에서 해결하고 허리띠를 잔뜩 졸라맸지만 빈곤의 굴레는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당장에 돈이 급하다 보니 실낱같은 희망으로 복권을 사기도 했어요. 사는 게 정말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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