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서 열린 '2017 대구 도시재생 컨퍼런스'에서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크게는 우리나라, 작게는 대구를 포함한 서울 이외 지역(일명 '지방')의 도시재생이 마주한 여러 과제를 짚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지방의 도시재생은 접근부터 달라야 한다며 침체된 지방 사정을 고려한 경제 중심 도시재생사업 확대,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증대를 제안했다. 또 한번 시작하면 장기간 진행되는 도시재생 특성상 안정적 추진을 위해선 주민참여 활성화와 관련 법'제도 보완을 초기에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도시재생은 서울 모델, 지방 처지 고려한 도시재생 필요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이 주택 중심 '서울 모델'을 참고하고 있어 대구 등 지방의 현실과 동떨어지는 부분이 적잖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구 대구대 교수는 "농촌까지 포함하면 지방은 주택 재생 문제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보다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활기를 모아 낙후와 쇠락을 해결하는 경제 중심 도시재생사업을 더 원하고 있다"며 "이 같은 지방의 상황이 도시재생 정책 틀에 적확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이 열악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지방자치단체의 이탈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우 목원대 교수는 "덩치가 큰 도시재생사업은 정부가 아무리 많은 돈을 지원해도 중앙정부 대 지자체의 예산 매칭 비율이 정해져 있어 일부 지자체는 예산을 자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경구 교수는 "도시재생사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 5대 5 수준인 중앙정부 대 지자체의 예산 매칭 비율을 7대 3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내놨다.
서울만이 아닌 국내외 다양한 도시재생 모델을 지자체 특성에 맞게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혁준 대구시건축사회장은 "효과적인 도시재생 추진을 위해 일본 교토는 용적률을 낮춘 반면 오사카는 용적률을 높였다. 이처럼 같은 국가 안에서도 도시재생을 하는 도시마다 처한 상황 및 해법이 다르므로 대구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협의체 활성화 인센티브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주민 참여'의 개념을 주민이 도시재생을 수행하는 '활동'부터 주민이 도시재생을 받아들이는 '인식'까지, 넓은 범위 안에서 풀이했다. 이재우 교수는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을 일종의 '희생'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충남 부여에서 백제 옛 경관을 복원하는 도시재생이 진행되자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문화재 보호 때문에 재산권을 제한받았는데 그걸 되풀이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그런데 지금 일본 교토에서는 전통 경관을 되살려 관광객을 모으는 도시재생을 주민 주도로 진행하고 있다"며 "도시재생이 어떤 지원을, 권한을, 효과를 줄 수 있는지 주민들에게 잘 설명하며 인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활발한 '주민협의체'도 확산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신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주민협의체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약하다. 예컨대 일본은 지진 같은 재난에 대처하려고 주민들이 뭉칠 수밖에 없고, 그런 분위기가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구성으로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용진 한국감정원 도시재생지원단장은 "주민협의체 조직을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가령 주민협의체가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한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은 국비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라고 제안했다.
◆50조원 투입 도시재생, 뒷받침 법'제도 제대로 갖췄나?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현재 도시재생 추진 초기에 있기에 직면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언급했다. 전경구 교수는 "도시재생을 뒷받침하는 법'제도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라며 "5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재생을 지금 수준의 도시재생특별법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관련 법'제도 안에 구체화되지 않은 내용들을 조속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시재생은 결국 다양한 사업 단위로 추진된다. 도시재생 관련 사업법도 그만큼 갖춰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 경상대 교수는 "우리는 너무 급하게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많은 문제를 얻었다. 도시재생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급히 진행하면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며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주민만족도를 모니터링하며 도시재생 방향과 전략을 꾸준히 수정 및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박신영 소장도 "도시재생을 천명한 새 정부의 임기 내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거액을 투입했는데 왜 가시적 결과가 나오지 않느냐는 질타도 쏟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도시재생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도시재생의 결과는 곧장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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