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준표 "TK, 대표 정치인 잃고 공황…보수 안전지대 아냐"

한국당 대표 취임 후 본지와 첫 인터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대표 취임 이후 매일신문과 첫 언론 인터뷰를 하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대표 취임 이후 매일신문과 첫 언론 인터뷰를 하며 "연말까지 궤멸한 보수진영을 혁신해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보수 본산인 대구가 공황상태에 빠졌고 대구를 안정시킬 필요성을 느꼈다"며 조직위원장으로서의 대구행(行)을 시사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일입니다."

취임 3주째를 맞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치열한 문제의식 부재'를 당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17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 대표는 "이래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참 힘들 것이다"면서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혁신위원장 임명과 당직 인선을 마무리한 홍 대표는 "연말까지 본격적으로 당 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당의 혁신과 쇄신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혁신을 이야기한다. 방향은?

▶야당 생활 10년, 여당 생활 10년을 해봤다. 현 야당 시점에서 의원을 포함한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은 치열함이다. 치열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의정 활동과 현실에 대처해야 한다. 과거부터 우리 당을 '웰빙 정당'이라고 했다. 치열한 문제의식이 없어서다. 혁신위를 만들고,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혁신의 중심적 가치는 정의'형평'서민이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당이 가장 잘못한 것 중 하나가 정의와 형평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민을 위한다는 개념도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우리 당 구성원들이 연말까지 혁신을 통해서 정의와 형평, 서민 개념만이라도 확립해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면 돌아서 버린 보수층이 다시 오게 될 것이다.

혁신을 통해서 당의 모든 지향점을 '신보수주의'로 바꿔야 한다. 공천제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당헌'당규, 공천 규정 모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혁신위를 외부 위원으로 구성하는 이유는?

▶2005년 나는 전권을 위임받아 혁신위원장을 했고, 돌이켜보면 유일하게 성공했다.

이후는 모두 실패했다. 그 이유가 뭐냐. 아무리 잘 만든 혁신안을 의원총회에 회부해본들 혁신 대상자인 소속 의원들이 받아주겠나. 그래서 이번에는 혁신위원들을 당외 인사로 구성하고, 철저하게 외부인의 시선으로 기준을 만들도록 했다. 혁신안도 의총에서 결정하지 않는다. 최고위원 의결을 거치면 바로 사무총장이 집행하도록 했다. 다만,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줬으나 집행권까지 준 것은 아니다. 지금껏 혁신기구의 방식과는 다를 것이다. 고통이 예상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나?

▶정권을 잡은 뒤 1년 후 선거에서 여당이 진 적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이기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보수 진영은 궤멸됐고,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려 할 것이다. 지방선거 승리는 우리에겐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러나 궤멸된 보수'우파 진영을 재정비해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을 대하게 되면 선거 사정이 좀 나아질 수도 있다.

-지방선거 공천은?

▶신보수주의에 부합하는 인사들을 '개혁 공천'하게 되면 선거 환경이 다소 나아질 수 있다. 경선만이 능사는 아니다. 한국처럼 승복하지 않는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는 선거 풍토에서 경선만을 고집하게 되면 지방 토호나 부정한 인사들, 또 기득권층을 위한 후보만이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야당이 된 마당에 이기는 공천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공천을 내년 1월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는데?

▶혁신의 진행 속도를 봐야 했다. 1월 말은 힘들 듯하지만 늦어도 2월 말까지는 공천을 완료하겠다. 조기 공천에 대한 반발은 여당 때 이야기다. 야당은 일찍 공천을 해서 내부를 잠재워놔야 한다. 그리고 결집해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 여당은 프리미엄에다 사정기관도 있어 출마 못 하게 조정할 수 있다. 야당은 그런 힘이 없다. 내부 단속을 빨리 해야 분열되지 않고, '강철대오'로 선거에 임할 수 있다. 공천의 최종 목적은 선거 승리다.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

-노쇠한 당이라는 지적을 받는데, 대처는?

▶공천 규정을 고쳐서라도 여성, 청년, 신인을 끌어들여야 한다. 당을 젊게 하고 재미있는 정당으로 만들어 보겠다.

-대구행(달서병 당협위원장)에 대해 말이 많다?

▶TK는 공황 상태다. 과거에는 TK에 이 나라를 대표할 정치인이 늘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을 우리 당에서는 선뜻 찾아보기 어렵다. 공황 상태에 빠진 TK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달서병 지역 당협위원장으로 대구를 안정시킬 필요성을 느꼈고, 그렇게 검토하고 있다.

물론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의견 조율 중이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가 험지에 가야 한다' 'TK에 한정되게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한다. 나는 험지에서 12년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이다. 내가 출마한다고 이야기한 바 없다.

지방선거에 나가겠다고 한 일도 없고, 3년 뒤 총선에 나가겠다고 한 일도 없다. TK 사정도 모르고 하는 어이없는 말이다.

-그럼 대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대구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여론조사 수치를 봐라. 이 정부에서 왜 탈원전'탈핵 선언을 했겠나. 이는 부산경남(PK) 선거 전략이다. 국가 이익은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이 지방선거에서 이기면 된다는 것이다. 남은 곳은 '대구시장'이다. 대구시장만 뺏어오면 한국 보수는 궤멸된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모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했고, TK특위도 가동했다. 주말마다 서문시장을 들락거리고 있다. 그 심각성도 모르고 엉뚱한 소리나 하는 무지한 정치인도 있다.

-영수회담(19일) 불참 통보를 했다.

▶그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했다. 한미 FTA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럼 첫 대면서 얼굴을 붉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한미 FTA를 통과시킨 장본인이 나다. 당시 그들(민주당)은 제2의 을사조약'이완용, 매국노로 나를 매도하면서 자기들이 집권하면 재협상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협상을 당했다. 미국 주장에 따르면 1년에 300억달러의 이익을 한국에 가져다주는 불공정 협정이라고 했다. 양심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나서 5당 대표회의를 하는 게 맞지 않느냐.

-문재인정부는 잘하고 있다고 보나?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지난 대선 때처럼 관제 여론조사다. 응답자의 몇%가 지지하는 것이지, 전 국민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몇 분 시간이 소요되는데, 광적 지지자들 아니면 그러겠느냐. 이는 국정 여론조사를 따내기 위한 관제 여론조사라 본다. 정권 초기니 국민들이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착각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과 대화하겠다고 했다.

▶대화를 하겠다는 데 대해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대화냐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핵과 미사일이다. 대화의 목적이 북핵 재고와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반대 이유도 없고 오히려 도와줘야 한다. 그간 북과의 대화는 미사일, 핵기술을 정밀화시키고 고도화시키는 데 시간만 벌어줬다. 더 이상 그런 정책을 펴서는 북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더 강한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랫동안 정치를 했다. 존경하는 인물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그분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필요에 따라 거짓말을 한다. 내가 본 YS는 대통령 퇴임 후에도 만나봤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비록 재임 끝 무렵 아들 문제와 외환위기가 터졌으나, 엄밀히 말해 외환위기의 원인은 무능 때문이었다. 무능한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한두 사람을 속일 수 있으나 국민은 못 속인다. 속인 것처럼 보이나 속인 것이 아니다. 지금은 유리알 같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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