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밤 오토바이 굉음…잠 못 이루는 팔공산

대구 동구 지묘동'봉무동 주민들이 오토바이 소음에 잠을 설치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여름밤 드라이브 코스로 선호하는 팔공산 도로가 주택가 바로 옆을 지나가는 탓이다.

지난 15일 오후 8시 30분쯤 팔공산 동화사집단시설지구 자동차극장 앞. 오토바이 동호인 사이에 만남의 장소로 잘 알려진 이곳에는 배기량 1천600㏄급 대형 오토바이 4대가 모였다. 이들은 대구 도심에서 팔공로 및 팔공산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려 도착했고, 다시 오토바이를 몰아 파계삼거리를 통과해 남쪽으로 이동했다. 한 회원은 "팔공산 도로는 코너링을 즐길 수 있어 오토바이 동호인들 사이에 유명하다. 교통량이 적은 밤에 자주 찾는데 여름에는 시원하기까지 해 더욱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코스가 지묘동'봉무동 대규모 아파트단지 옆을 지나면서 주민들이 오토바이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주민 이모(55) 씨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오토바이 소음이 집중된다. 열대야에도 창문을 닫고 자야 할 정도로 시끄럽다"며 "소음을 넘어 굉음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묘동 한 아파트관리소장 최모(61) 씨는 "밤늦게 야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까지 더해져 소음 피해가 극심하다"고 했고, 주민 김모(54'여) 씨는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 때문에 주민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토바이 동호인들도 소음 문제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한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은 "대형 오토바이는 불법 개조를 하지 않아도 원래 소음이 커 일부는 오토바이 소음 기준(최대 105㏈'데시벨)을 넘어 실제로는 120~130㏈ 정도 된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과속을 하지 않는 등 소음 유발 요인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지묘동과 봉무동 주민들은 행정당국에 단속이나 과속방지턱 설치 등 소음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팔공산을 찾는 대부분 오토바이들이 과속을 하거나 교통을 방해하는 '폭주족' 수준은 아니라서 단속이 힘들다"며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자주 다니는 도로에 야간 순찰을 강화하는 등 소음 유발 행위를 자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