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국을 주도한 이슈는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이었다. 노무현정부는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고 공공기관 본사를 각 거점 도시로 옮기는 작업을 야심 차게 추진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것이 '행정수도이전특별법' '지역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등 '지방 살리기 3대 입법'이다.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지만 그때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살리기 차원에서 추진된 게 하나 더 있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다. '지역이 살려면 지역 여론이 제대로 형성돼야 한다' '수도권 집중이 과도한 상황에서 지역의 다원성과 특수성을 살리려면 지역 신문이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 '지역신문은 전국지들의 자본을 앞세운 판촉 경쟁에 밀려 고사하고 있다. 난립된 언론 환경을 정리하고 정상 기능을 하는 지역 신문을 육성해야 지방자치가 산다'는 등의 명분 속에 입법이 이뤄졌다. 지역신문들이 한목소리를 낸 데다 청와대의 의지가 큰 몫을 했다.
14년 전 얘기를 끄집어내는 것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의 상황이 그때와 비슷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 살리기에 힘을 싣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 때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겠다는 것도 지방대학 살리기 차원이다. 그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핵심 단추가 개헌이다. 대통령은 헌법에 지방분권적 요소를 대폭 가미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장도 분권개헌을 강조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지도부 역시 분권개헌을 주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중앙 무대에 있는 인사들이 주장하는 분권개헌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데 무게 추를 둔다.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에 방점이 있다. 지역 살리기 차원에서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이들의 염원인 '지방분권개헌'과는 거리가 크다. 지방분권개헌을 하려면 헌법에 최소한 자치법률제정권과 자치과세권만이라도 있어야 한다.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한국지방신문협회' 등 9개 단체가 중심이 된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는 이게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건은 낙관적이지 않다. 법 개정을 주도하는 국회개헌특위도, 정부도 이런 개헌은 관심 밖이다. 국회의 권한이 약화되고, 중앙정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개헌은 안중에 없다.
이들을 압박하려면 지역 여론이 결집해야 한다. 대통령이 지방분권을 제대로 하고, 이를 개헌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지역민들이 국회와 정부에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한 지역언론들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신문들의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국지와의 경쟁도 버거운 판에 공룡 포털과 모바일에 독자와 광고가 쓸려 가고 있다. 지역언론이 없다면 지역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단이 없는데도 지역민들은 제대로 인식 못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지역 논리는 서울 사람들에게 파묻히는 중이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역언론 육성을 위해 지역신문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일반법'으로 전환하고, 지역신문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지역언론들은 문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지방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선도해야 할 언론의 역할을 강조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 발전을 위해 법을 만들어서라도 지원한 것처럼 특단의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한다.
매일신문을 비롯해 전국 시도를 대표하는 유력 일간지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지역신문 발전과 정부 지원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오늘(19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연다. 신정부 출범 이후 지역신문이 중심이 된 첫 행사다. 지역신문들이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는 이번 세미나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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