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제의 역동성은 고용주도 피고용인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은 "경쟁 모형에서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든,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든 하나도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자본가가 자본을 '고용'해 설비를 갖추듯이 노동자도 얼마든지 자본을 '고용'해 자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 관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극단적 자유주의 옹호자란 평가를 받는 미국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은 이런 논리를 더 발전시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착취당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바로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공동 소유'관리하는 '노동자 자주 관리 기업'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착취'가 생긴다고 한 만큼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면 착취도 자연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기업 설립은 자유다. 그럼에도 노동계가 '자주 관리 기업'을 세우지 않고 자본계급의 '착취'만 얘기하는 데 대해 노직은 매우 비판적이었다. "현재 노동조합의 재정은… 기업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왜 노동조합은 그들의 기업과 공장을 시작하지 않는가? 왜 진보주의자나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이를 재촉하지 않는가?"
노직은 그 이유를 기업 운영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지기 싫어서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이 이윤이 남는 사업을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기업가나 관리자를 고용하면 된다. 그런데 새로운 기업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뒤따른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런 위험부담을 다른 활동과 구분한다." 상품의 가치는 오직 노동에서만 나온다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과 착취 이론에 대한 조롱조의 비판이지만, 노동과 자본을 선악 개념에서만 바라보는 속물적 이분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 임금 1만원은 단순한 시급 액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 권리를 상징한다"고 했다. 자본(고용주)은 악이고 피고용인(노동)은 선이란 흑백논리가 그대로 묻어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다. 이들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빈곤층으로의 전락, 곧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처지로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영세 자영업자는 사람답게 살 권리에서 제외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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