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입 전형료, 큰 폭으로 인하해 학부모 부담 줄여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입 전형료 인하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이후 대학들이 전형료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전형료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게 우리나라 대학의 횡포와 몰염치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인식돼 왔으니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 41개 국공립대는 17일 올 9월 수시모집부터 전형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지만, 사립대학들은 여전히 미적대는 눈치다. 사립대학들은 '대학 자율'을 앞세워 전형료를 약간만 내리려고 획책하겠지만, 그래서는 전형료 인하의 의미가 없다.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큰 폭으로 인하해야만 '학부모'수험생 부담 해소'라는 원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

사립대학들은 전형료 '장사'를 하며 수입을 톡톡히 챙겨왔기에 인하를 꺼린다. 수도권 사립대의 수시모집 전형료는 전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5만~12만원 선으로 상당히 비싸다. 연세대'고려대의 수시 전형료는 비싸기로 유명한데, 같은 전형이라고 해도 다른 대학보다 2배 가까이 높다. 학교 이름을 앞세운 일종의 횡포다. 상당수 사립대는 비싼 전형료를 받아 전형 업무에 대한 비용으로만 쓰지 않고 학교 홍보, 입시 관련 비용 등에 쓴다. 고교생 체험 프로그램 운영, 모의 논술 가이드북 제작, 지방 설명회 개최, 정시 상담실 운영 등을 대학 돈으로 하지 않고, 전형료를 받아 했다니 할 말이 없다.

수시모집에는 전형 특성에 따라 비용이 어느 정도 들지만, 수능 성적으로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정시모집 전형료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정시모집 전형료는 보통 4만원 정도인데 5천원가량은 공통 원서 접수 대행사에 주는 위탁 수수료이고, 나머지는 대학에 귀속돼 고스란히 수입이 된다.

현재의 전형료는 좋은 말로는 '거품'이고 나쁜 말로는 '장삿속'일 뿐이다. 수시모집 전형료는 전형 업무의 직접적인 비용으로 산정해 책정돼야 하고, 정시모집 전형료는 서울대처럼 1만원 안팎이 적정하다. 원서 접수 위탁 수수료도 문제인데, 교육부와 대학이 공동으로 원서를 접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전형료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학들이 학부모와 입시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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