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는 늘 한결같다. 지금 있는 자리보다 더 오르려고 애쓰지 않는다. 또한, 그 자리를 지키려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반듯하게 펼친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을 낼 뿐이다.
바다에는 길이 따로 없으며 또 어디에나 길은 열려 있다. 어느 힘 있는 자가 와도 그 속을 따로 보여주지 않는다. 비리와 부정이 먹히지 않는다. 누구나 연줄 없이도 스스로 수평선을 향해 갈 수 있다. 공평한 세상이다.
마침, 한 척의 배가 먼바다를 향해 가고 있다. 푸른 용기만 가지고 가는 길이다. 겸허하게 몸을 낮추고 가는 것이다. 거칠 것이 없는 바다는 반면에 의지할 곳도 없다. 그러므로 자유는 광활하지만, 방종은 위험하다. 바다는 아득한 수면에 사람 사는 모습이 얼비치는 또 하나의 땅이다.
파도 치는 방파제 끝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아니 평화로운 내가 방황하는 나를 만나러 와 주기를 기다린다. 외롭고 불안한 내 기분을 알았는지 발 앞으로 달려온 포말이 꽃처럼 핀다. 자꾸만 피었다가 다시 진다. 내가 사는 일에도 꽃은 늘 지고 또 핀다는 듯이….
숱하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군중처럼 물 이랑이 연방 일어나 어디론가 가고 있다. 물결의 뒷등을 보느라 제법 시간이 지났나 보다. 무언가에 쫓기던 심정은 자신도 모르게 바다가 펼쳐주는 그림만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은 평온해져 있었다. 아무 느낌 없이 보았던 마을의 작은 지붕들도 그제야 평화롭게 다가왔다.
지친 날개를 접는 갈매기 날개 너머 생각을 불태운 하루해도 슬그머니 돌아가려나 보다. 어스름 휘장이 내려오고 약속한 때를 맞춰 한쪽에서는 등댓불이 켜진다. 긴장하는 항구에 밤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불빛이 멀리 풍랑의 길을 비춘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지켜주는 등대 앞에 문어잡이 김 씨인가, 늦은 뱃길을 재우쳐 오고 있다. 어둠 속에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한 편의 눅눅한 다큐멘터리, 화면엔 바람이 분다.
사람이 슬프고 아플 때 흘리는 눈물은 짜다. 생활의 한가운데서 흘리는 노동의 땀방울도 짜다. 우리 삶의 현장이 짠물로 이루어진 바다와 닮았다.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저마다 행복의 항구를 찾아가는 중이다.
햇빛과 빗방울을 다 받아 안는 바다를 닮고 싶다.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전진하며 견디는 파도를 닮고 싶다. 머지않아 난시의 눈이 밝아지는 저 앞으로 은빛 물고기 떼 몰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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