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경제 실패에 정권마저 넘겨줘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의리도 없어
보수 개혁 주장은 분명 설득력 있어
자격 있는 사람이 외쳐야 가능해
며칠 전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3인방 이른바 '3철'의 한 명인 양정철 전 비서관이 일시 귀국했다는 기사였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은 뒤, 2012년 대통령 선거 이후 문재인의 최측근이 된 인물이다.
그를 비롯해 이호철 전 민정수석 비서관, 전해철 의원을 일러 3철이라 하는데 2012, 2017년 두 차례 대선 기간 내내 '3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던 그가 대통령 선거 후 외국으로 나간다는 이야기에 가슴 한편이 짠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전에 이호철이 미국으로 나간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고 이호철다운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정철의 경우에는 설마 했는데 정말 뉴질랜드로 나가버렸다.
그러고 보면 소문난 오랜 측근들이 문 대통령 무르팍에서 멀찍이 비켜 앉았다. 어떤 이는 아예 곁을 떠났다. 아무 직함 없이 해외로 나가버린 이호철, 양정철, 비서실장으로 강력하게 거론됐지만 외국 대사로 나간다는 노영민, 임명직을 맡지 않은 전해철, 최재성 두 의원, 부산에서 서울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숨은 측근 정재성, 신기우….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공동 선언하던 옛날 DJ 가신들을 보는 듯하다.
거기 비하면 보수는 멀었다. 안보와 경제 모두 실패하고 정권마저 넘겨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수석, 장관까지 모두 뻔뻔한 한목소리다. "나는 몰랐다. 대통령 지시였다." 보수가 이것밖에 안 되나? 금방 드러날 거짓말일지라도 "내 책임"이라고 떠맡는 진짜 보수는 없는가? 국민이 맡겨준 권력으로 국정을 잘 운영해야 한다는 대의에도 봉사하지 못하고, 주군을 끝까지 보호하고 주군 대신 배를 가르는 작은 의리조차 없는가?
아직도 부족한가? 공천 파동으로 지난해 총선을 망치고, 대통령 보필 잘못해 탄핵당하도록 만들고, 바로 두 달 전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하고도 반성은 모른다. 자기 보스가 국정 실패에 포괄적인 책임을 지고 영어의 몸이 된 지금도 집안싸움으로 날이 새고 날이 진다.
사실 지금쯤 몇십 명은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마땅한데, 그러고도 당권 싸움에 내년 지방선거 때 표 몰아달라고 주장할 모양이다. 도대체 염치도 없고 경우도 없다. 이렇게 염치없고 경우 없는 보수가 있나? 아직도 병들어 쓰러진 보스의 살을 뜯어 먹을 궁리만 하는 것은 아닌지? 생존 능력 떨어진 개체는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제는 자립해 스스로 사냥에 나설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러므로 보수가 개혁해야 한다. 보수가 시대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보수 일각의 주장은 분명히 설득력 있다. 그러나 개혁은 누가 주도하느냐도 중요하다. 개혁은 개혁을 주장할 자격 있는 자가 외쳐야 가능한 지난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지금 보수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 그들을 보면 세월호가 연상되는 건 나만의 비약일까? 침몰 위기의 배와 어린 고등학생들을 버려두고 미리 배를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들. 그들이, 끝까지 배에 남았다가 바다에 잠든 단원고 선생님들을 미련하다고 비웃는 듯한 행태와 겹쳐 보이는 것이다.
하기야, 명색이 공당의 대선 후보가 자기 당의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보름이나 지나서야 입을 떼는 판이니, 배에서 뛰어내린 보수건 남은 보수건 할 말이 없겠나? 그 엄청난 조작 사건을 놓고도 "내가 모두 안고 가겠다"고 수사적 책임만 입에 올리는데, 꼭 보수만 깊이 반성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보수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질문을 던진다. 대한민국의 주류 정치 세력 보수가 벤처 출신의 초짜 정치인과 어떻게 같은 수준에서 놀려고 하는가? 수십 년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대한민국의 주류 세력, 보수가 이렇게 체면도 염치도 경우도 없이 무너져서야 되겠는가? 보수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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