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희구의 시로 읽는 경상도 사투리] 생쌀로 묵어마 엄마가 일찍 죽는다

모도가 캐쌓키로

'생쌀로 묵어마 엄마가 일찍 죽는다' 카더마는,

우리 집에 엄마는

아주 오래오래 사실 끼이구마는

와그렁고 하잉끼네

우리 집에는

익은 쌀이고 생쌀이고 간에

씹어 무울 쌀이라고는

쌀이 한 토래기도

없이잉끼네

"생쌀로 묵어마 엄마가 일찍 죽는다"라는 경구(警句)는 어릴 때 참 많이도 들어온 경구다. 옛날 식량이 아주 귀했던 시절에는 쌀 한 톨도 금쪽같이 여겼다. 얼마나 쌀 한 톨이 귀했으면 '엄마가 일찍 죽는다'는 끔찍한 비유까지 끌어왔을까? 그런데 이마저 씹어 먹을 생쌀이 한 톨도 없어, 엄마가 아주 오래오래 사셨다니 아이러니치고는 너무 슬프다.

*모도가 캐쌓키로: 모두가 말하기를

*카더마는: 말하지만

*사실 끼이구마는: 살아계실 것이구마는

*와그렁고 하잉끼네: 왜 그러냐 하면

*쌀 한 토래기: 쌀 한 톨

이제부터는 경상도 사투리의 한 부분인 관용어(慣用語)를 차례차례로 펼쳐보이고자 한다. 관용어란 사전적 의미로는,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하나하나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전연 별개의 또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다. 대개 격언과 비슷한 어구인데 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생훈(人生訓), 경구(警句)인 경우가 많다.

시집 《大邱詩誌》 제5집 〈경상도 사투리의 속살〉 편인 『개살이 똑똑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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