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문재인정부가 대구지역 국정과제로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채택했지만, 최근 대구YMCA 등 13개 시민단체 설문조사에서 42.2%의 시민들이 대구공항 이전을 반대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9%는 '민간공항은 남겨두고 군공항을 경북으로 분리 이전하는 안을 바란다'고 답했다. 이에 대구시는 K2 군공항 분리 이전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현행 특별법상 분리 이전 불가능
지역 숙원사업인 K2 군공항 이전은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군공항이전법)이 제정되면서 해결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이 주내용인 이 법에 따라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은 사업시행자가 자금을 조달해 군이 원하는 장소에 새 기지를 건설한 뒤 국가에 '기부'하고, 국방부로부터 기존 군공항 부지를 '양여' 받아 개발이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K2 군공항만 이전하고 민간공항이 남게 되면 수조원대 이전사업에 들 사업비 충당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민간공항이 존치하면 소음 및 고도제한 등으로 부동산 가치 하락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군공항이전법 핵심이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대신 현물재산(종전부지 개발)을 활용해 군공항을 이전하는 것인데, 민간공항이 그대로 남으면 이전사업비 조달이 사실상 힘들다"며 "K2 활주로, 유도로 등 공항시설을 빌려쓰는 대구공항은 K2가 단독으로 이전하더라도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군공항 이전에 국비 투입 힘들어
일부 시민단체들은 민간공항은 존치하고 군공항만 이전하는 방안이 가장 좋은 안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물론 과거 정부에서도 군공항 이전에 따른 국가재정 투입은 불가라고 공언하고 있다. 만약 K2 이전에 국비를 투입하면 전국 15곳의 군공항이 있는 지역에서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당장 십수조원의 천문학적 재정을 감당할 수 있는 정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란 게 대구시의 입장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실제 K2 이전이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반영됐지만 매번 정부가 재정 투입을 꺼리면서 무산된 사례가 있다"며 "'기부 대 양여' 방식 군공항이전법을 '국가재정 지원'으로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중앙정부에서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격렬히 반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군공항만 받을 지역이 있을까
시는 최근 지역 시민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 문항이 너무 편향돼 있다고 반박했다. 공항 유치에 나선 군위군에서 군수 주민소환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공항만 경북에 보내면 된다는 식의 설문조사는 경북지역 여론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소음 등 민감한 사안이 많은 군공항만 이전하자는 발상은 이미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군위'의성군민을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 정부가 사회적 합의에 따른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는데, 자칫 통합이전 자체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우려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설문조사는 정확한 여론 수렴이 아니라 무책임한 정치 선동이 될 수 있다"며 "대구시민 대상으로는 '통합이전 또는 존치'를, 경북도민 대상으로는 'K2 군공항만 이전'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는 방안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거점공항으로의 기능 상실
현재 대구공항은 사상 최초로 이용객 3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내년에 대구공항 한계 수용 치인 350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는 게 대구시 예측이다. 계류장, 터미널, 주차장 등 각종 공항시설 확충이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시는 이에 따라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통합이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관문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권 시장은 "대구공항을 존치하자는 것은 대구 전체 장기 발전계획 등 미래를 보지 않고 당장 이 상태로 머물러야 한다는 편협한 발상일 수 있다"며 "예전 대구경북민들은 한목소리로 72㎞나 떨어진 밀양에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부르짖지 않았나. 미래 항공수요에 대비해 1천만 명이 사용하는 제대로 된 거점공항 건설을 위해 시'도민들이 다시 한번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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