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간제 근로자 임금이 연 15억원에서 18억원으로 크게 늘 예정입니다. 1차 협력사로부터 받는 납품 대금은 매년 제자리걸음인데 인건비만 매출의 약 16%에서 20%로 대폭 늘어나는 겁니다."
내년 최저임금 16%대 인상을 앞두고 지역 제조기업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건비는 날로 오르는데 제품을 납품받는 업체'매장은 매입가를 높여주지 않으니 수익성 하락이 불 보듯 뻔해서다.
19일 찾은 대구의 한 2차 자동차부품 협력업체 A사는 완성차'1차 협력업체가 최저임금 인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매년 단가를 낮춰 받아 매년 수익이 크게 악화한다고 호소했다.
A사 전체 직원 100여 명 가운데 60여 명은 프레스 반복작업'조립'포장 등 단순 업무를 하는 시간제 근로자다. A사는 매년 시간제 신입 사원을 10여 명씩 채용해 최저임금보다 100원가량 높은 시간급을 책정하고,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인상률만큼 신입 및 기존 직원의 임금을 올려준다. 그럼에도 다른 업체보다 근무 여건이 깨끗하고 임금이 높다는 이유로 장기근속 중인 시간제 근로자가 절반이 넘는다. 올해 기준 시간제 직원들은 최저 6천500원부터 최고 9천500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신입 기준 정규 근무시간으로만 월 150만원, 야근을 포함하면 월 180만원씩 받는 셈이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예년보다 높다 보니 A사 대표는 고심이 크다.
신입 임금을 시간당 7천600원가량으로 책정하면 기존 6천500원을 받던 직원부터 9천500원을 받던 장기근속자에게도 같은 인상률을 적용, 1만1천원가량으로 시급을 올려 지급해야 해서다. A사 대표는 시간제 직원들과 협의해 내년 평균 임금 인상률을 10~15% 선에서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올해 및 내년 매출은 16% 이상 오를 기미가 없어 고심이 크다. 국산 자동차 업계의 경기가 크게 악화한 탓이다. 이에 따라 A사의 시간제 근로자 임금은 올해 연 15억6천만원에서 내년 연 18억6천만원으로 연 매출(96억원)의 20%까지 오를 전망이다.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만 전년 대비 약 4%포인트(p) 증가하는 것이다.
그의 속을 더욱 태우는 것은 완성차 업체와 1차 협력업체가 인건비 상승 및 매출 증감과 무관하게 매년 납품 단가를 낮추는 점이다. 이른바 '3'3'3 단가 인하 정책'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를 상대로 4, 5년 납품 기간 가운데 2~4년 차까지 3년에 걸쳐 매년 납품 단가를 전년 대비 3%씩 깎아 지불하는 것을 이른다.
하도급법은 정당한 사유 없는 하도급대금 깎기와 일률적 단가 인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1차 협력사는 "완성차 업체로부터 일감을 따내려면 어쩔 수 없이 단가를 낮춰 입찰해야 한다"는 핑계로 피해 분을 2차 업체에 떠넘겨 왔다.
지난 17일 울산의 현대차 3차 협력사인 태광공업과 태광정밀 경영진도 매년 3~6%씩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1차 협력사 ㈜서연이화를 신고한 바 있다.
A사 대표는 "3'3'3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관행이다. 인건비 등 지출 요인이 커지면 완성차'1차 협력업체는 단가를 더 높여 주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도 1차 업체는 협력업체의 등골을 빼먹고 완성차 업체는 차 가격 동결을 이유로 불공정 거래 관행을 눈감는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완성차, 1차 업체가 일삼는 내리 갑질도 함께 철폐해야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된다"고 주장했다.
시간제 직원 60여 명에게 모두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대구 렌즈제조업체 B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B사의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은 올해 연 1억3천만원에서 내년 1억6천만원 수준으로 오를 예정이다. 가공'검수'포장 업무를 보는 이 회사 40, 50대 직원들은 일이 수월하다는 이유로 수년간 근속하고 있다.
안경 판매점에서 미리 매입한 저가의 렌즈 재고가 많다면 이 회사는 인건비가 올랐다 하더라도 제품 단가를 쉽사리 올려 공급할 수 없다. B사 제품은 수입 렌즈 대비 10%가량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전국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분을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면 가격 경쟁력을 잃고 만다. 이 때문에 B사는 기존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대신 매년 출시하는 다양한 품종의 신제품에 대해 2~5%씩 가격을 높여 파는 식으로 사실상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인건비가 오른다 해도 제품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로는 안경 판매점과 렌즈를 안경 판매점에 공급하는 딜러의 마진이 높은 점도 한몫한다. 인건비가 올라도 납품 단가는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제조업체의 수익성은 매년 하락한다. 그에 반해 안경점과 딜러의 마진은 매년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통 구조가 개선돼야 제조업체도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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