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근교 프와시의 빌라 사보아 같은 이미지를 많이 느낀다. 같은 작품을 빌라 사보아와 갤러리아소에서 동시에 전시해보는 것도 좋을 정도로."
건축학도라면 잊지 못할 이름, 르 꼬르비제(Le Corbusier)의 '빌라 사보아'를 끄집어낸 것은, '미켈란젤로에게 대리석이 있다면 나에겐 숯이 있다'는 '숯의 화가' 이배(사진)였다.
경북 청도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숯을 주요 작품 소재로 삼아 토종의 미를 표현해온 그의 안식처는 '갤러리아소(我所)'였다. 대구 출신 건축가 이현재의 작품이라고 했다. 서울의 박서보 파운데이션, 대구의 리안갤러리도 그의 손을 거쳤다고 했다.
"건축이라는 인간의 생각에 자연의 이미지를 끌어들이는 발상이 뛰어나다."
작가는 이곳을 한껏 칭송했다. '아소'(我所-내가 있는 곳, 나를 보는 곳)라는 이름에서처럼 이곳을 단순한 건축 구조물이 아닌 정신성이 담긴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안과 밖이 소통하고 있다. 막혔지만 열린 공간이다. 쉬는 느낌을 받는다. 일상으로부터 차단된 느낌이다. 현실 안에 있는 또 다른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찬사를 곱씹으며 그곳에 갔다. '갤러리아소'는 야생화 전시공간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이곳 운영자도 '풀꽃갤러리'로 소개하고 있었다.
휴관일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찾아간 어느 일요일. 밖에서 본 갤러리아소는 대구 수성구 중동 주택가에 있는 좀 넓은 가정집 중 하나였다. 집 안의 기척을 느끼고 까치발로 들여다보니 편한 차림의 중년 여성이 청소에 몰두하고 있었다. 입구가 어디냐고 물으니 '아수라발발타'나 '아브라카다브라' 정도의 주문을 앞서 외쳐야할 듯한 목재 대문이 스르르 움직였다.
그리고 폭 70㎝ 정도가 될까, 어깨깡패들은 게걸음으로 들어서야할 만큼 좁은 길이 나타났다. 좁은 길의 끝 즈음 시선은 자연스레 정방형의 고인 물과 벽면에 전시된 작품에 꽂혔다. 내부가 넓어 보였다. 천장은 원래부터 열린 공간으로 뒀기에 바람이 쑥 들어왔다 나갔다. 하늘과 구름은 고인 물에 비치며 흔들거렸고 내려앉았다.
순간 사찰에 와 있나 싶었다. '念'(생각할 념)이라는 글자가 머릿속에 또렷해졌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곳이라는 이름의 '아소'(我所)가 다시 머리를 스쳤다. 작품이 걸린 벽면을 유심히 보다 텔레비전 브라운관 크기의 뚫린 공간도 발견했다. 초록의 잔디가 들어와 있었다. 마당으로 통하는 길로 나서자 마당 전체, 그러니까 야생화 전시장 전체가 열렸다. 도심 속 콘크리트 건축물도 사람이 살고 자연이 함께함으로써 에너지를 품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작가가 왜 이곳을 '내 마음의 안식처'라 하는지 가늠할 만했다.
"숯은 죽은 물질이 아니다. 불을 머금고 있는 생명 에너지다. 검정이 죽은 형태를 부각시키는 것은 아니다. 외려 생명력을 머금고 있는 물성이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건축을 조화시킨 갤러리아소가 작가 이배에게 안락함을 안긴 이유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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