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강남 집값↔대구 집값

지난 20년간 대구 집값은 얼마나 뛰었을까.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대구 집값 상승률은 62.51%(2017년 5월 주택매매가격지수 기준)에 그쳤다. 부동산 거품 논란에도 전국 평균(77.85%), 6개 광역시 평균(70.41%)을 한참 밑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은 103.95% 올라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서울 강남이 135.37%나 치솟아 집값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과 대구 집값 양극화가 가장 심하게 나타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방분권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노무현정부 때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무려 60%대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구 상승률(14%대)의 4배를 웃돌았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강남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9일 펴낸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참여정부 당시 다양한 투기 억제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 불안이 이어진 이유로 '수급 예측 실패'와 '수요 억제 집중'을 꼽았다.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종합부동산세 도입,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도입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책 차별화에 실패했다. 모든 정책을 서울, 강남 위주로 입안하고 시행했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지방도 덩달아 규제 대상에 올렸고, 서울에 임대 주택이 모자라면 집이 남아도는 지방 대도시에도 외곽 택지를 밀어내고 임대 주택을 짓는 식이었다.

노무현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정책은 결국 지방과 서울 집값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방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지난 2007년 당시 대구엔 사상 최대 규모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였지만 규제 강화 여파로 부동산 수요는 줄어들면서 집값이 폭락했다. 이에 반해 서울, 강남 지역은 용지 부족과 규제 강화에 따른 공급 감소가 맞물리며 집값 상승 폭이 커졌다.

노무현정부 시절 집값 양극화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회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강남 등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치솟고 있어서다. 국토부가 지난 4월 27일 문 대통령 취임 보름여 전 발표한 서울 공동주택 공시 가격(2017년 1월 1일 기준)은 8.12% 올라 8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구(-4.28%)는 신규 아파트 공급과잉 등으로 특별'광역시 중 유일하게 가격이 떨어졌다.

이후 문재인정부 역시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분양권 전매 제한과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하는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오히려 더 상승하며 10년 전 데자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하반기에도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방과 서울의 집값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점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치열한 자기반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장 현대경제연구원은 문재인정부가 똑같은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별, 평수별, 유형별 주택 수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가 단기 부동산 규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장기 로드맵 제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2004년을 제외하곤 매년 각종 규제를 남발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새 정부가 노무현정부 시절 부동산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수박 겉 핥기식 반짝 미봉책이 아니라 집값 양극화와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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