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총선에서 압승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첫 내각 장관 22명 중 11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남녀 동수 내각'이라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실비 굴라르 장관이 비록 보좌관 채용 스캔들로 취임 한 달 만에 사퇴했지만 국방장관도 여성 몫이었다. 시라크정부 시절 5년간 재임한 미셸 알리오-마리에 이어 여성 국방장관의 맥을 이은 셈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13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노동'사회장관을 독일 역사상 최초로 여성 국방장관에 임명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국방장관 자리에 여성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더는 화젯거리에 들지도 못한다. 해마다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여성 장관이 늘고 있는데 독일과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탈리아, 스페인, 슬로베니아, 알바니아 등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성 장관도 그렇다.
대통령과 총리직에 이어 남성의 마초적 성향을 드러내는 데 안성맞춤인 국방장관 자리까지 여성이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그만큼 여성의 영향력과 여권(女權)이 커진 결과다. 이런 시대적 변화상을 볼 때 스페인어에서 수컷이나 노새, 쇠를 벼리는 큰 망치를 뜻하는 '마초'(macho)라는 단어에서 사회적 의미를 찾는 것도 이제 거의 소용없는 일이 됐다. 남녀 자리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인식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가 19일 청와대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첫 점심 회동을 가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들러리 서기 싫다'는 이유로 불참하면서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만나는 자리였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선 여야 수뇌의 모습이 매우 색다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이 모두 여성 대표로 묘하게도 '여초'(女超)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당 대표직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경우는 우리 정당사에서 처음이다.
지난 대선 후보 TV토론회 등에서 거친 입심과 마초적 성향을 드러낸 홍준표 대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이날 회동에 빠졌다. 회동 불참 의사를 표시하자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의 "애들도 아니고 감정풀이나 하며 토라져 있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라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이 크게 약진하는 시대다. 특히 마초 성향이 강한 남성들이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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