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잇단 취소] 7억 예산 다큐멘터리·신문 연재·음악회 없던 일로

道, 사회 분위기 의식-박정희 김대중 학술 토론 행사는 원안 그대로 추진

오는 11월 14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에서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날이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계획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기념행사 모습. 구미시 제공
오는 11월 14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에서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날이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계획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기념행사 모습. 구미시 제공

올해 11월 14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에서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날이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계획했다.

하지만 기념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면서 경북도는 올해 계획한 탄생 100주년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구미시는 계획한 행사를 예정대로 치를 방침이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경북도 6개 중 3개 취소

경북도가 올해 계획한 기념사업은 모두 6개로, 예산은 11억3천만원이다. 이 가운데 기념음악회와 다큐멘터리 제작, 신문 전기 연재는 모두 취소했다. 이 예산만 7억원으로 계획한 사업 예산의 60%를 넘는다.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가 주관하는 탄신제에 예산 5천만원을 지원할지 여부는 검토 중이다.

애초 경북도는 서울에 본사를 둔 신문사와 지역 방송사 1곳씩을 선정해 박 전 대통령 생애를 다룬 전기와 다큐멘터리를 연재할 방침이었다. 전기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경북도는 지난해 본예산안에 3억원씩 잡았다. 그러나 지난 연말 국정 농단 사태로 여론이 좋지 않자, 경북도의회는 본예산안 심사에서 "지역민 복리 증진이 더 중요하다"면서 9천만원씩 삭감했다. 그런데 3월 30일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결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두 사업 예산은 각 3억원으로 원상복구됐다. 당시 경북도는 "삭감된 예산 규모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확대를 요구했다.

박정희 기념음악회는 지난 연말 경북도의회 본예산안 심사에서 경북도가 제출한 1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경북도는 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하자, 이 예산을 추경에 올리지 않았다.

안병윤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공과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전기, 다큐멘터리 모두 공과를 다루려 했으나 미화로 오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으로 행사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예산 2억8천만원이 편성된 박정희'김대중 학술토론회는 그대로 추진한다. 구미시와 함께하는 박정희 재조명 학술대회는 지난 5월 16일 제주에서 1차 행사를 했다.

김상철 경북도 정책기획관은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공과를 따져보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서 영호남 화합도 도모하고 산업화'민주화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행사는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미시, 자체 기념사업 강행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행사 추진과 함께 박 전 대통령 유물'역사자료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미시는 이미 2015년 6월 기념사업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각계 대표 55명으로 구성한 구미시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또 전 국민 대상으로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8개 사업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구미시는 이 8개 자체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우선 한국예총구미지회에 9천만원을 지원해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금오산 예갤러리 앞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사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린 연극도 만든다. 연극협회 구미지부에 6천만원을 지원해 시민이 참여하는 연극을 제작해 10월 21일 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구미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일대에 1억5천만원을 들여 1천200㎡ 규모 기념 동산도 조성한다. 최근 문화재 시굴조사가 끝나고 설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내달 착공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북도가 지원을 고려 중인 탄신제도 예정대로 예산 5천만원을 지원한다.

구미시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을 기억하며 널리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시작점에서 기념행사를 통해 이념 간 이해와 세대 간 소통, 지역 간 화합을 도모하는 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사업 찬반 논란 가열

구미시의 강행 의지에 보수, 진보단체 간 찬반 논란도 뜨겁다. '우상화에 혈세를 낭비하기보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과 '고향인 구미에서 기념행사를 하는 게 도리'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북애국시민연합 등 보수단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짧은 기간에 최빈국을 부강한 나라로 만든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수천 년 이어온 절대 빈곤을 몰아내고 국민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구미YMCA, 구미참여연대 등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정치적 캠페인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남유진 구미시장이 박정희 탄생 100주년 사업을 사적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속셈이 엿보인다"면서 "공적인 시정을 사적으로 왜곡하는 나쁜 행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 시장은 "기념사업은 시민과 함께 지역 정서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검소하게 추진할 계획이다"며 "성공적인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구미시와 박 전 대통령을 널리 알리는 대표 브랜드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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